취업·진학에 관련된 학업만 치중 교육의 질 외면 산업경쟁력 약화 현실 문제 해결하는 능력 키워야

입학식의 계절이 돌아왔다. 신입생들은 나름 고단한 대입준비의 시대를 벗어나서 대학생활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지난 주 대학들은 졸업식을 치렀다. 열심히 공부해서 학위를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을 또한 축하해 주고 싶다. 그러나 취업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거나 제때에 졸업하지 않는 학생들이 늘다 보니 참석자도 저조하고 졸업식의 축하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천연 자원이 부족한 우리 나라는 인재에 의한 기술력으로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나라이다. 공과대학은 이러한 국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하고 정상적으로는 우리 공대생들은 졸업 무렵에 기업체로부터 무척 인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월급이 많거나 안정된 직장을 원하는 공대 졸업생들은 취업이 쉽지 않다고 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월급이나 혜택이 덜하고 바삐 돌아가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대학과 산업 경쟁력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산학협력을 강조하고, 취업률 경쟁을 유도하고, 심지어 전공과 상관이 없어도 청년들의 창업을 독려한다. 산학협력이란 대학과 기업이 서로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일이 되어야 하는데 정부는 대학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대학은 달성하기 쉬운 목표 위주로 사업을 꾸려나가게 되면서 지원받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골만 깊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현재 공대 졸업생의 취업 문제와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의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 시스템에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각각 대학입시와 취업에 너무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고등학생들은 수능시험에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각각 I, II 로 구성된 8과목의 과학탐구영역에서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두 과목만 선택하면 된다. 2015년 3월 모의고사에서 물리I을 선택한 학생의 비율은 22.5% 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공대 입학생의 상당수는 물리과목을 전혀 공부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수학과목 또한 객관식 위주로 된 하향 평준화의 영향으로 단순한 문제만 풀 수 있을 뿐 공식의 유도나 증명과 같은 근본적인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대학에서는 전공지식을 가르쳐야 할 시간에 기초적인 내용을 강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일부 대학들은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별도로 과외공부를 제공하기도 하다. 일종의 교육 도미노 현상이다.

대학에서 처음 1년은 교양과목을 수강하는 데 소요되고 2학년이 되어서야 겨우 전공 공부를 시작하지만 전공필수제도가 폐지되거나 대폭 감소된 요즘, 학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줘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게 한다고 개선한 제도가 쉬운 과목들만 골라 수강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4학년이 되어서는 1학년 때에 좋지 않았던 교양학점을 세탁하기 위해서 전공과목을 다시 등한시한다. 4학년 2학기가 되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학기가 많이 남아 있는데도 미리 선발한 학생들의 출근을 강요한다. 어렵사리 취업한 학생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억지로라도 학점을 주고 졸업을 시키는 것이 대학에서 일종의 관례처럼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교육의 양과 질이 이러한 상태에서는 정부의 어떠한 프로그램이나 지원책으로도 제대로 훈련된 학생들을 배출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에서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도 회복을 기대하는 것 자체도 연목구어(緣木求魚)이다. 어찌되었건 우리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국내와 국외를 망라해서 전쟁터와 같이 냉정한 경쟁의 장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들이 현장에서 살아남고 성공하는 것이 우리나라 산업의 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정부와 학교가 취업률이나 진학률이란 통계의 숫자놀이에 치중하는 것보다는 우리 학생들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중요한 일이다.

서동일 충남대 공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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