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정정순 행자부 지방재정세제실장

정정순 행정자치부 지방재정세제실장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빈운용 기자
정정순 행정자치부 지방재정세제실장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빈운용 기자
58년생 개띠 이 남자, `고졸 출신에 비고시(非考試)`로 대한민국의 고위공무원이다. 중앙부처 실·국장 등으로 구성된 고위공무원단 중 유일한 경우다. 정정순 행정자치부 지방재정세제실장. 베이비부머를 대표하는 그와 그의 동갑나기들은 유례 없는 사회변혁 속에서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주역이다. 입시제도 변화와 구제금융 사태 같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고, 노부모 부양에 대한 부담과 함께 취업난을 겪는 자녀의 짐을 덜어주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특히 그는 `흙수저`였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인해 대학 진학을 뒤로 미룬 채 7급 공채로 출발해 오늘의 자리에 왔다. 정 실장에게 지방재정의 바람직한 운영 방향과 공직관 등을 들어봤다.

대담=송신용 서울지사장

-아무래도 낯선 부서다. 지방재정세제실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기 위해선 안정적이고 건전한 지방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잘 아시다시피 행자부는 자치단체를 지원하는 부처다, 특히 지방재정세제실은 자치단체 재정과 세제와 관련된 사항을 총괄하는 부서라고 이해하면 된다. 지방의 예산과 회계, 계약, 결산, 기금 및 주민들이 납부하는 지방세와 세외수입, 그리고 지방의 부족한 재원을 보충해 주는 지방교부세, 지방공사·공단 등과 관련된 법령과 규칙을 관장하고 있다."

-지방재정 개혁이 시대적 화두가 됐는데 주요 내용은.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 정부는 지방재정확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취득세 영구인하와 함께 지방소비세 6%P 인상, 지방소득세의 독립세화, 영유아보육료 국비지원율 15%P 인상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연간 4조 원 이상의 지방재정을 확충했다. 자치구의 사회복지비 부족 현상 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교부세와 부동산교부세의 사회복지 비중을 높였고, 특·광역시의 조례개정으로 약 5000억 원의 재원을 자치구에 더 지원되도록 했다. 자치단체 역시 한정된 재원을 보다 알뜰하게 집행하도록 재정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중앙투자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등 지방재정의 건전성을 강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정된 재원을 주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에 알뜰하고 투명하게 집행하도록 하고, 이를 지역 주민들이 정확하게 알도록 공개하자는 게 바로 지방재정개혁의 핵심이다."

-지방공기업 개혁의 추진상황은.

"핵심내용은 26개 대규모 지방공기업의 부채감축과 유사중복기관의 통폐합, 시장이 보다 잘할 수 있는 기능의 민간이양, 그리고 임금피크제 도입 등이다. 지난 한 해 동안 26개 중점기관의 부채를 1조 5000억 원(9%P) 감축했다. 21개 기관을 8개 기관으로 통·폐합하는 한편 목욕탕이나 골프장 등 23개 사업에 대해 민간이양을 결정했다. 또 모든 지방공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1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금년에는 이러한 개혁들이 실제 성과가 나타나도록 관리해 나가면서 추가적인 개혁조치들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방재정이 늘 쪼들린다. 자치단체에 조언을 한다면.

"1995년 민선 1기 당시 36조 원으로 시작한 지방재정은 2006년에 100조 원 시대를 맞이했다. 2015년에는 157조 원으로 1995년에 비해 4배 이상 성장했다. 최근 복지를 중심으로 한 지방재정 수요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경기회복 지연에 따라 지방세입 기반이 불안정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증세 없는 지방재정 확충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자치단체가 가지고 있는 재원을 주민이 꼭 필요로 하는 곳에 효과적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최대한 알뜰하고 건전하게 집행해 낭비요인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탈세를 방지하고 지방세 체납을 줄여 나가야 한다. 아울러 체납액이 5조 원에 달하는 과태료와 과징금 등 지방세외수입에 대한 징수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세제 개편을 담은 지방세 3법 개정안을 관철시켰는데.

"지방세 3법이 지난해 12월 9일 정기국회를 통과한 건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건 3조 3000억 원에 달하는 지방세 비과세 감면을 지역경제 활성화와 서민생활안정지원 등을 위해 일괄 연장하는 특단의 대책을 담고 있다는 데 있다. 또 국세기본법을 준용하던 많은 조항을 지방세기본법에서 직접 규정하는 등의 핵심내용을 담은 만큼 반드시 회기 내 처리가 필수적이었다. 여야의 적극적인 도움을 얻어 지난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돼 뜻 깊게 생각한다."

-취업, 특히 공직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당부를 한다면.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어느 부처에 가서 어떠한 일들을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꿈은 본인 스스로를 그러한 방향으로 가도록 이끌어 주리라 믿는다. 그런 다음엔 의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으면 좋겠다. 한 두 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합격할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또 충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공직은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는 자리다. 현직에 충실하면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야 하지 않겠나. 예로부터 산자수명한 충청도는 국토의 중심이며 충효와 예절의 고장으로 소문나 있다. 충청도 사람들은 중앙에서 우직하고 신뢰감 있으며, 성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본인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우리나라와 지역발전을 위해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은 자신의 실력을 쌓은 것이 중요하고, 각자의 소질을 계발해 자기 분야의 최고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와 열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정정순 실장은

정정순 실장은 충북 청원이 고향으로 1977년 청주시에서 공직(7급 공채)에 입문했다. 집안 환경 탓에 서울로 진학할 형편이 안돼 우선 일자리를 갖기 위해서였다. 공무원으로 일하며 청주대 행정학과(야간)와 청주대 대학원에서 배움의 갈증을 풀어나갔다.

청주시 부시장과 옛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세제국장, 옛 안전행정부 지방재정정책관, 충북도 행정부지사 등을 두루 거친 지방재정세제 전문가다. 지난해 6월 인사 때 `행자부 예산의 97%에 이르는 34조 원의 지방교부세를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고, 자치단체의 재정과 세제를 총괄하는 지방재정세제실장직을 수행할 적임자`라는 평가가 안팎에서 나왔다. 충북도에서 최장수(5년) 경제통상국장을 기록하는 등 지역경제 전문가로 중앙과 지방의 가교 역할이 기대된다는 말도 쏟아졌다. 이후 지방재정개혁의 선봉에 서서 지방재정 확충과 지방공기업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 10년만에 지방세제 개편을 담은 지방세 3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회기 내 관철했다. 또 지방세 70조 원 시대를 열고, 지방재정자립도를 크게 높였다. 고졸에 비고시로 오늘에 이른 동인에 대해 정 실장은 "아무래도 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업무에 대해 부단한 연구와 노력을 해왔던 것이고, 동료직원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점은 또 있다. 그는 "상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분들은 어디에 계시던 나를 추천해 주셨으며, 직접 승진할 수 있도록 도와 주셨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내가 알고 있는 행정자치부, 더 나아가 우리나라는 열심히 노력하면 그 만큼 보상을 해주는 그런 조직이고 나라였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탁월한 업무 능력 이상으로 친화력이 남다르다. 하고 싶은 공부를 제 때 하지 못한 한을 두 아들이 풀어줬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검사로, 다른 한명은 공인회계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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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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