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비비들은 군복도 계급장도 없었지만 그들끼리는 통하는 행동과 몸짓이 있었다. 그들은 그런 행동과 몸짓으로 무리내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단결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비사회의 상부가 하부를 통솔하는 방법에서 비비들과 인간들이 다른 점이 있었다.

인간들의 경우에는 다른 종류의 짐승들과 전투를 할 경우에 명령을 내린 최상부의 인간은 문서나 언어로 명령만을 내릴뿐 직접 최전선에 나와 적과 전투를 하는 경우는 드물었으나 비비들의 경우는 명령을 내린 최상부의 두령급 비비가 직접 최전선에서 행동으로 시범을 보였다. 인간들처럼 문서나 언어로 하는 명령이 잘 통하지않기때문인지 몰라도 명령자가 바로 앞머리에서 책임지는 행동을 했다.

조사대의 학자들은 그걸보고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 차이는 비비들의 진화가 덜 되어서 그렇게 되었는지 인간의 진화가 너무 되어서 그렇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어도 그건 인간사회에 중대한 문제를 던져주고 있었다.

인간사회에서는 장부가 그렇게 지휘나 명령을 내려놓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는 경우가 많았다. 인간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부폐가 그런데서 생긴 것인지도 몰랐다. 조사대가 조사를 한지 나흘쯤되던 어느날 날이 어두워질 무렵에 표범 두 마리가 바위산에 나타났다.

표범의 어미가 다 큰 새끼를 데리고 비비사냥에 나선 것 같았다. 천적인 표범이 두 마리나 나타났으니 비비들이 대비를 했다. 큰 덩치로 봐서 두목급인 비비 네 마리가 큰 바위위에 나타나 밑으로 지나가고 있는 표범을 감시하고 있었다.

표범은 아프리카에서 사자다음가는 포식자였으며 그런 표범과 싸우려면 목숨이 위험했다. 그러나 비비의 두목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가장 덩치가 큰 비비 한 마리가 3m나 되는 바위위에서 뛰어내려 표범을 덮쳤다.비비는 뛰어내린 힘으로 표범의 등에 타고 쓰러뜨렸다.비비는 두손으로 표범의 목덜미를 움켜잡고 기다린 어금니로 표범의 목줄을 물려고 했으나 표범은 민첩하게 몸을 돌려 도리어 비비를 밑으로 깔고 역시 목줄을 물었다. 전세가 역전되어 비비의 위기가 되었다.

그때 바위위에 있던 다른 비비 한 마리가 밑으로 뛰어내리면서 먼저 뛰어내린 비비를 밑에 깔고있던 어미 표범을 덮쳐 그 목덜미를 물었다. 표범 한 마리와 비비 두 마리가 서로 상대의 목을 물고 뒹굴고 있었으며 피가 분수처럼 뽑혀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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