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하지만 비비왕국의 요새인 바위산 꼭대기에 감시초소를 만드는 일은 쥐들의 고양이목에 방울달기였다. 고양이목에 달아놓은 방울의 효과는 있겠지만 고양이목에 누가 어떻게 반울을 다느냐가 문제였다. 경호대는 그 일을 밤에 하기로 했다. 비비들은 주행성동물이며 밤눈이 어둡다. 그래서 그들은 밤에는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바위산 요새안에 숨어 잠을 잔다. 그래서 감시초소설치는 그 사이에 몰래 하기로 했다. 사람들도 밤눈이 어둡지만 경호대는 강력한 군용손전등을 사용하여 감시초소를 만들기로 했다. 날이 깜깜해지자 비비들의 바위산은 조용해졌다. 수천마리의 비비들이 살고 있는 바위산이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위험스러웠고 기분나쁜 고요였으나 경호대원들이 발짝소리를 죽이면서 잘라놓은 통나무들을 산꼭대기로 운반했다. 대원들은 가끔 손전등을 켜 방향을 잡으면서 한발한발 산꼭대기로 올라가고 있었다. 대원들은 손바닥에 하얀 야광도료를 칠해놓고 그걸로 서로 신호를 주고받고 있었다.따라오라 멈춰라 엎뜨리라 조심하라등의 신호들이 오고갔다. 맨 앞에서 가던 하든대위가 멈췄다. 그는 모든 대원들에게 위험하니 발포준비를 하라고 신호를 내렸다. 하든대위는 전방 10m쯤되는 지점에서 살기를 느꼈다. 그는 권총을 빼들고 가만히 앞을 살피고 있었다.

살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8m 7m 이젠 비비들이 일거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

하든대위는 손전등을 켰다. 손전등의 동그란 빛이 어둠을 뚫었고 그 빛속에 비비들이 있었다. 열서너마리의 비비들이 갑자기 비춰지는 전등빛속에서 일순 멍하니 서있었다. 그놈들로서는 아마도 평생에 처음 겪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멍하니 서있던 것은 일순뿐이었고 다음 순간 그 반사동작이 일어났다. 놀라웠다. 반사동작은 몸을 돌려 도망가는 것이 아니고 바로 전등을 쥐고 있는 대장을 덮치는 공격이었다. 비비란 놈들은 선천적으로 그런 호전성을 갖고있는 맹수들이었다. 그때 대장의 옆에 붙어있던 대원이 몽둥이로 덮쳐드는 비비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비비도 빨랐지만 경호대원은 더 빨랐다. 덤벼들던 비비가 킥하는 비명소리를 지르면서 나가떨어졌다.비비들의 공격을 거기서 중단되었다. 손전등의 불이 꺼졌기 때문에 밤눈이 어두운 비비들은 더 이상 공격을 하지못했다.

몽둥이에 대가리를 얻어맞은 비비가 입과 코에서 피거품을 토해내면서 일어나 비틀거리면서 도망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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