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겨울방학이 되면 안동 시내를 가로지르는 낙동강변에 나가 친구들과 방패연을 날리곤 했다. 창호지로 된 연 종이에 대나무 살을 순서대로 붙여 연을 만들고, 꽁수와 양쪽 귀에 3개의 실을 꿰어 균형을 맞춰야 연이 빙빙 돌지 않고 높이 날았다. 끙끙거리며 만든 방패연과 얼레를 들고 친구들과 연 날리러 뛰어갈 때는 추위도 잊었다. 어느 정도 연 날리는 재미가 붙었을 때는 연싸움을 벌이곤 했다. 설 명절에 고향을 지날 때면 어릴 적 연 날리던 추억이 아련히 되살아나곤 한다.

이러한 연의 자리를 현대사회에서는 `드론(Drone)`이라는 무인기가 이어받고 있지 않나 싶다. 연줄을 감았다 풀었다 하는 얼레 대신 스마트 리모컨을 들고, 연 대신 드론 조종을 즐기는 레저인구가 이미 국내에서만 벌써 2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드론으로 속도와 묘기를 경쟁하는 드론 레이싱은 프로 리그가 생길 정도로 인기라고도 한다. 실용적 목적의 드론의 활용은 더욱 활발하다. 이미 상품을 무인배송하거나 영상을 촬영하고 공중에서 토지를 측량하는 기존의 활용 영역을 넘어서, 미국 디즈니사는 드론을 이용한 신개념 공중쇼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고, 구글과 페이스북은 드론을 띄워 공중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한 지난 달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 2016`에서는 사람이 타는 드론이 전시되기도 하였다.

드론의 쓰임새가 다양해짐에 따라, 드론 산업 규모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영국 컨설팅 전문기업 틸 그룹에 따르면 드론 시장규모는 연평균 35%씩 성장하여 2020년에는 그 규모가 약 3조원에 이를 것이라 한다. 이와 함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특허권 확보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드론 관련 국내 특허출원을 살펴보면 2012년 이전에는 연간 30여 건에 불과했지만, 2014년 149건으로 증가했고, 2015에는 389건에 이르는 등 최근 급증세에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업용 드론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의 수준은 미국, 프랑스, 중국 등에 비해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드론 기술이 항공기술과 IT기술이 융합된 분야라는 점은 IT분야에 강점이 있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이러한 기회를 살려 미래 드론 시장을 일정부분 차지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이를 특허권으로 보호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향후 드론기술의 성패는 자율비행이나 장애물 회피 기술, 그리고 사물인터넷 기술과의 융합 등 IT 기술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러한 기술은 복제하기 쉽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허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도 없다. 다행인 점은 스마트폰이 수만 건의 특허로 이미 촘촘하게 특허망이 형성되어 있는 것에 비해 드론 분야는 아직 기술형성 단계여서 우리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다는 점이다.

방패연은 과학적으로 매우 우수한 발명품이다. 공기역학까지 고려하여 설계되어 전후좌우로 조종 가능한 탁월한 성능을 가진다. 이러한 우리 민족의 창의적 DNA를 바탕으로 드론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권을 확보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우리도 드론 분야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영대 특허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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