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하락 수출 경쟁력 확보 국내 車·전기전자엔 부정적 영향

일본은행(BOJ)은 지난 1월 마지막 주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경험이 없어서 생소하긴 하지만, 예를 들어 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돈을 맡길 때는 수수료를 내야하고 일본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는 거꾸로 이자 수익을 받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목적은 화폐의 수량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거나 투자를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양적완화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돈을 소비하게 만들어서 경제성장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정책의 목적대로 시장이 움직여 줄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첫째,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 일본의 금융기관뿐만이 아니라 국민들 역시 필요 이상의 자금을 은행에 보관하지 않고 오히려 대출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이로 인해 금융기관에 예치되어 있던 자금은 대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시중으로 유통될 것이고 엔화가치는 하락하면서 수출 경쟁력과 더불어 경기부양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둘째, 마이너스 금리라 하더라도 미래가 불확실하거나 불안하다고 시장이 판단할 경우 자금을 장롱 속에 묻어두거나 아니면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곳은 은행이라고 판단하여 예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기대했던 시장은 오히려 디플레이션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그런대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은 왜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 사실상 제로금리를 유지해 왔던 일본은행의 정책만으로는 당초 목표로 잡았던 2% 물가상승률을 달성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가계지출과 산업생산 등 경기지표 성적을 더 이상 올리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과거 산업화과정에서 잘 했던 것이 바로 튼튼하고 내구성 좋은 제조업 중심의 제품으로 성공을 경험해 왔지만, 투자부진의 결과 창의적이고 새롭게 잘하는 신산업의 부재로 경제 활성화에 발목을 잡혀 버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려되는 점도 있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금리인하정책을 실시하면서 자금이 주식과 부동산에 집중 투자되었다. 결국 80년대 후반에는 도쿄의 토지 매입 자금으로 미국 영토를 살 수 있다고 할 정도로 토지가격이 상승한 금융정책 실패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저금리, 특히 제로금리정책 이후 마이너스 금리 시대로 접어든다면 대부분은 저축에 의미가 없어지면서 안전하게 돈을 굴릴 투자처를 찾게 되겠지만, 불경기로 인해 돈을 굴릴 곳도 마땅하지 않다고 판단하게 되면 결국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이때의 버블경제 이후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은 2000년대 들어서도 지속되면서 잃어버린 20년(more decades)까지 이어지게 된 점을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일본과 수출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 입장에서 일본의 제로금리정책은 결코 달가운 뉴스가 아니다. 세계 3위권 경제대국인 일본의 마이너스금리정책이 우리나라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본의 제로금리정책으로 인한 엔화가치 하락은 상대적으로 원화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일본과 유사 산업구조를 보이고 있어서 글로벌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다투고 있는 자동차산업 뿐만 아니라 전기전자업종에서는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반대로 수입품 가격은 하락하면서 수입을 증가시키게 된다. 원/엔 환율의 1% 하락은 한국의 총수출을 0.18% 감소시키게 된다는 보고서도 있다. 이러한 인과관계로 인해 우리나라도 원화 약세를 만들기 위해 향후 기준금리를 낮추고자 하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 그럴 경우 대출받아 사업을 하거나 집장만 한 분들에게는 유리하겠지만, 이는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더 많이 양산하게 되는 위험한 상황을 직면하게 만들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할 정책이기도 하다. 골목만 지나면 족발집과 치킨집이 늘어서 있는 상황에서 무한경쟁에 지쳐 있는 순진한 샐러리맨들이 과감하게 대출받아 자영업으로 뛰어들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이제 단계적으로 시행될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으로 일본경제는 부활할 것인가 어떨 것인가에 대한 성적에 강 건너 불 보듯 구경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깊은 혜안과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강철구 배재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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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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