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위협 중대 도발에도 당리당략 美 대북제재안 압도적인 통과와 대조 정파싸움에 국가위기 방치 더는 안돼

국가적 위기라는 게 있다. 위기를 방치하면 국란이 되고 국란을 맞으면 온 백성이 죽을 고생을 한다. 임진왜란이 대표적이다. 일본이 조선정벌을 준비하고 있을 때 조선조정은 당파싸움 하느라고 정세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정세탐지를 위해 일본에 간 사신도 동인 서인으로 갈려 한쪽은 일본이 침략할 것이라고 보고했고 다른 한쪽은 그럴 일이 없다고 보고 했다. 어쩌면 지금과 그렇게도 닮았나. 개성공단을 닫고 나니 한쪽에서는 당연한 조치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잘못했다고 난리다. 아마 김정은은 지금 이런 코미디를 재미있게 감상하고 있을 것이다.

6·25남침도 임진왜란 못지않은 최대 국란이다. 이때도 무능한 고위층들은 오판했다. 하부에서는 남침동향을 파악하고 정보를 올렸으나 상층부에서는 이를 무시했다. 설마하는 무사안일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타성이란 것인데 변화를 두려워하고 회피하려는 심리다. 변화가 가져올지 모를 눈앞의 손해만 보려는 지극히 이기적인 자기방어다. 결국 소탐대실로 자기도 죽고 남도 죽는다.

지금 우리 앞에 닥친 상황은 어떤가.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갖고 있고 한발만 쏴도 서울 전체가 쑥대밭이 되고 50만명은 죽는다고 한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강한 성능이라니 과대평가는 아니다. 북한 김정은은 부하를 고사포로 처형하는 사람이다. 최고위 직책에 있는 노인들조차도 굽신굽신하는 걸 보면 그의 성품과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그는 이제 32세다. 그런 나이에는 감정에 치우치기 쉽고 판단력도 부족해 오판하기가 쉽다. 독재자의 오판은 수정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우리의 국내 정치와 경제상황은 어떤가? 정치는 조선시대의 당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경제도 심각한 불황과 양극화가 계속되고 있다. 현재의 국가위기상황을 극복하려면 먼저 대한민국 전체의 국가운영 프로그램을 살펴봐야 한다. 국민의 의식변화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단시일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가운영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체제다. 정치는 국가운영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권력이다. 이 권력이 제대로 작동된다면 국가위기도 더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현재의 우리 정치체제는 서구 민주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주의가 서구에서처럼 잘 굴러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다. 두 번째 문제는 서구는 북한과 같은 적대적 군국주의 국가와 국경선을 맞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가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하는 최대의 딜레마다. 이미 미국의회에서는 대북한 제재법안이 압도적 다수로 통과됐지만 정작 한국 국회에서는 아무 효력도 없는 결의안 한 개가 생산되었을 뿐이다. 한국정치는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불조차 끄지 못하고 태평양 건너 미국만 쳐다보고 있다. 테러방지법 하나도 여야 이견이니 뭐니 하며 처리하지 못하고 있고 `북한궤멸`이라는 표현 하나 놓고 당파끼리 비난성명이나 내고 있는 한심지경이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예비후보들이 국민과 소통하며 선택을 받느라고 연일 관심을 끌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정당이 국회의원후보 공천을 한답시고 연일 티격태격하며 한가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미국처럼 국민들에게 선택을 맡기면 될 일인데 굳이 정당에서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위기보다 제 밥그릇이 먼저다. 죽은 민주주의다. 신당 운운하지만 백개를 만들어도 그들의 밥그릇만 커질 뿐 국가이익이나 문제 해결에는 아무 도움이 안된다. 이미 산소가 바닥난 썩은 물에서 무엇이 나오기를 기대할 것인가!

순천향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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