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핵·미사일 도발 수위는 고점을 찍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봐야 한다. 비대칭 무기의 현실이 이와 같다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안보는 대단히 엄중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미국도 강 건너 불처럼 남의 일일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북의 핵·미사일 공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부상한 카드가 사드다. 엄밀히 말해 중국이 겁내는 대상은 사드의 '눈'에 해당하는 X-밴드 레이더다. 사드 포대 전개에 따라붙는 이 장비가 들어오면 중국 동북권역의 핵·미사일 관련 군사 정보를 미군이 손바닥 들여다보듯 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 주장은 아전인수에 가깝다. 설사 사드가 한국에 배치돼도 이는 종말단계의 미사일 요격체계다. 문제의 X-밴드 레이더도 동일한 방식이다. 한번 종말 모드로 배치되면 중국을 감시하는 전진배치 모드로의 전환이 불가하다고 한다. 설계, 기능, 운용 개념에서 전환이 안되는 만큼 중국이 발끈하는 건 오지랖 넓은 행위다.
'항장무검'이라는 왕이 부장의 정치적 수사(修辭)는 기발해 보이나, 중국 태도는 다분히 이중 플레이다. 한국 내 사드 전개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북한의 원인 행위에 대해선 애써 외면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고, 정직하지 못하다. 역으로 사드 갈등은 중국 역할에 달렸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못하도록 중국이 담보하면 동북아 안보정세는 호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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