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식 인생철학 지지엔즈 지음·오혜원 옮김·지식여행·208쪽·1만2800원

"고무고무 총~" 외침과 함께 늘어난 팔이 악당(?)을 가격한다. 수 많은 악당들에게 둘러싸이는 난관을 헤치며 주인공이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나아가는 만화의 한 장면이다. 일본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전세계에서도 3억8000만부 가량 팔린 만화 `원피스`다.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화책 수준이 아니라 열렬한 광팬으로 만든 전설적인 만화책이다.

1997년 처음으로 선보인 이 만화는 세상 모든 보물이 남겨져 있다는 전설의 섬 원피스를 찾아 나서는 주인공 루피와 동료들의 모험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무 특성을 가진 악마의 열매를 먹고 몸이 고무처럼 변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비현실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단순한 명랑소년만화로 볼 수 있겠지만 저자인 지지엔즈 대만 화판대학 철학과 교수는 이 만화에서 철학적 의미를 찾는다. 거창하고 어렵게 생각할 수 있는 철학을 인기 만화에 대입하는 방식으로 쉽게 풀어냈다.

"역사서도 꿈을 지녔던 사람들 위주로 기록돼 있다. 이들은 설령 꿈을 이루지 못했더라도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았다"

저자는 꿈을 쫓는 루피를 공자에 비유한다. 천하를 주유하며 인(仁)과 예(禮)로 혼란스런 세상을 바로잡으려 한 공자의 꿈은 세간에서 비웃음의 대상이었고 비록 이뤄지지 않았지만 4대 성인으로 분류된 그의 행적에서 루피의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

만화에 등장하는 악당 검은 수염에게서도 철학적 이론을 찾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성에 억눌려 무료하고 따분한 삶을 살고 있다고 보는 검은 수염의 시각이 니체가 말하는 `예술론`과 통한다고 강조한다. 사회가 과도하게 이성을 강조하고 마음속에 감정을 억압하는 것이 옳지 않으며 내재된 감정이야말로 예술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해적왕을 꿈 꾸며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거는 루피의 일상은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 이 책은 보물을 쫓는 해적의 이야기 속에서 철학이라는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김석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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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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