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이호재 감독 로봇 소리

수 십 년 전부터 로봇은 영화의 단골소재다. 완벽하지 못한 인간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존재인 만큼 동경 혹은 두려움의 대상쯤이 아닐까 싶다. 로봇을 주제로 한 수많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와 스크린속 로봇은 실제와 달리 관객들에게 친숙해져 있다. 그 영화 속 로봇 캐릭터가 스타워즈의 R2D2나 바이센테니얼 맨의 그것과 비슷하다면 친근함 마져 느낀다.

이야기는 이렇다. 10년 전 실종된 딸, 포기하려는 순간 녀석이 나타났다. 2003년 대구, 해관(이성민)의 하나뿐인 딸 유주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아무런 증거도 단서도 없이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해관은 10년 동안 전국을 찾아 헤맨다. 모두가 이제 그만 포기하라며 해관을 말리던 그때,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 `소리`를 만난다.

"미친 소리 같겠지만, 이 녀석이 내 딸을 찾아줄 것 같습니다"

해관은 목소리를 통해 대상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로봇의 특별한 능력을 감지하고 딸 유주를 찾기 위해 동행에 나선다. 사라진 딸을 찾을 수 있다는 마지막 희망을 안고 `소리`가 기억해내는 유주의 흔적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둘. 한편, 사라진 로봇을 찾기 위해 해관과 `소리`를 향한 무리들의 감시망 역시 빠르게 조여오기 시작한다.

영화는 지난달 27일 개봉해 최근 흥행이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다. 누적관객수가 이제 44만 명을 넘겼지만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이전에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스토리와 로봇의 등장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끌만한 데 영화 내내 소리가 이성민과 연기호흡을 함께 하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조합의 신선함마저 느껴졌다. 여기에는 미생의 오과장 역을 맡은 배우 이성민의 힘이 크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영화의 힘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또 다른 주인공 소리가 등장하면서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로봇 같지 않은 감성으로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휴머노이드 로봇(인간형 로봇)이다. 이호재 감독은 `로봇, 소리` 연출 계기로 소재의 특이성과 영화 속에 담긴 따뜻한 내용을 꼽았다. "외적인 면보다는 내적인 면에서 차별화를 꾀했다"는 이호재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특별한 영화임을 알 수 있어 눈길을 끈다.

또 영화 `작전`을 통해 독특한 소재를 잘 다루는 감독으로 알려진 이호재 감독은 그의 능력을 100% 발휘해 로봇이지만 인간과 같은 감성을 지닌 `로봇인 듯 로봇 아닌 로봇`을 만들어냈다. 소리가 감성을 전달하는 로봇인 만큼 연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시선처리에 많은 신경을 썼고, 호흡을 맞춘 이성민과의 아이컨택을 통한 교감에 중점을 뒀다. 특히 배우 심은경이 소리의 목소리 역할을 맡아 한결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로봇인 소리의 이미지를 잘 구현해 캐릭터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영화 최초로 로봇이 등장하는 만큼, 소리의 개발 과정도 관심이었다. 소리의 디자인은 시나리오 개발단계부터 병행해서 진행됐고, 완성되기까지는 6개월 소요, 억 단위의 제작비가 투여됐다. `감성 로봇`이지만 표정이 없는 소리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제작진은 머리의 움직임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했고 한다.

다만 초반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성민이라는 배우의 연기는 흠잡을 때 없지만 영화 관객을 불러모으는 티켓파워는 아직 부족하다. 70억 원의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이성민이라는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관객들이 기대하는 로봇에 대한 기대치가 이미 상당히 높다. 장르는 다르지만 아이언맨이나 스타워즈를 봐왔던 관객들이 로봇 소리의 이야기에 얼마나 귀 기울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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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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