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치타 팜과 그 여자친구는 캡틴의 관사에서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으나 역시 치타는 야생동물이었다. 팜은 자기의 텃밭을 만들고 그 텃밭안에서 살았으나 언제나 그렇게 지내지는 않았다.

팜과 그 여자친구들이 자기들의 텃밭에서 벗어나 광대한 아프리카의 초원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낮에는 그렇게 밖으로 나가 잡은 영양류 짐승을 사냥하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텃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마사이족의 소녀 미첼은 이제는 다 성장한 팜과 함께 잠을 잘 수는 없었으며 팜은 여자친구와 함께 텃밭의 숲속에서 잠을 잤다.

캡틴 로렐은 팜이 그렇게 자유롭게 생활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야생짐승은 야생짐승답게 살아야만 했다.

그러나 캡틴 로렐과 팜과의 관계는 그렇게 끊어진 것만이 아니었다.

캡틴 로렐이 지프를 타고 관내를 순찰하고 있으며 가끔 팜이 여자친구와 함께 나타났다. 캡틴과 팜이 만나면 서로 인사를 한다. 캡틴이 팜의 머리를 툭툭치면서 쓰다듬어주고 팜이 캡틴의 손바닥을 혀로 핥은 다음 얼굴도 핥아주는 것이 그들의 인사였다.

그런데 어떨 때는 팜은 그 인사치례가 다 끝나도 돌아가지않았다. 팜은 그럴때는 지프옆에 나란히 붙어 전방 지평선쪽을 보고 있었다.

캡틴 라렐은 그런 팜을 보며 크게 웃었다. 그는 팜의 몸시늉으로 그가 뭘 원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한바탕 붙어보자는 도전이었다. 지프와 달리기 경주를 하자는 말이었다.

"좋아 한번 붙어보자"

팜이 이젠 다 컸으나 로렐은 처음부터 시속 60㎞로 달리다가 80㎞로 올렸고 그래도 팜이 앞서가려고 하면 90㎞까지 올렸다.

지프가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초원 여기저기에는 흰개미들의 집무덤이나 두더지 땅쥐들의 집구멍들이었기 때문에 지프도 함부로 속력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앞서가던 팜이 지프가 열을 내고 허덕이는 것을 뒤돌아본 팜은 의기양양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친구의 달리기실력은 시속 90㎞가 한도였다. 그녀는 그 이상의 속도를 내지못하고 경기를 포기했다. 그녀가 주저앉아 숨을 가쁘게 몰아쓰게 되면 팜은 더 이상 경기를 계속하지 않았다. 당장에도 숨이 끊어질듯한 여자친구를 그대로 두고 경기를 할 수 없었다. 팜은 조건이 아주 좋으면 시속 100㎞까지 달렸으나 그도 그 속도가 한계이었다.

캡틴 라렐은 그래도 그 팜의 기록이 모든 야생동물들의 최고의 속도라고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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