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귀경객 발길 끊이지 않는 서대전역과 대조 공주·논산·예산 등 충남권 위주 운행 벗어나야

수도권 노선을 운행하지 않는 대전서부터미널이 귀경객들의 발걸음마저 끊기며 `유령 터미널`로 변모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수도권으로 올라가기 위해 기차역이나 복합터미널을 찾아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는 만큼 서부터미널의 수도권 노선 확보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0일 오전 10시에 찾은 서대전역은 귀경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양 손에 묵직한 짐을 들고 역 계단을 오르내리는 귀경객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역 내부 음식점과 편의시설은 이용객들로 가득했다. 오랜만에 찾아 온 대목에 상인들의 표정은 활기가 넘쳤다. 호남선KTX 개통 이후 서울행 노선이 대폭 감소했어도 귀경객들은 서대전역을 꾸준히 찾고 있었다.

반면 서부터미널은 서대전역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대합실에 앉아있는 승객들은 불과 10명 남짓이었다. 내부 식당가와 상점은 개점 휴업 상태였다. 텅 비어있는 상점은 간판만 붙어있어 과거 편의점이었다는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긴 연휴의 끝자락, 버스를 타려는 귀경객들로 붐벼야 할 상황임에도 사람들이 찾지 않아 `터미널`이라는 단어가 무색했다.

주민들은 서부터미널이 이미 `죽은 터미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인근 주민 박모(67)씨는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가는 귀경객들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노선이 없으니 전부 역이나 복합터미널만 찾고 있다"며 "사람들이 터미널을 찾지 않으니 당연히 내부 상점가도 장사가 안될 수밖에 없다. 서부터미널은 없는 터미널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부터미널은 현재 공주와 논산, 예산과 청양 등 충남권 위주로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전주행 노선이 있지만, 이마저도 하루 4차례만 운행하고 있어 서부터미널은 사실상 충남권 전용 터미널로 전락한 상황이다. 특히 대전복합터미널에서도 서부터미널이 운영 중인 노선을 대부분 운행하고 있는 만큼 지역민들에게 서부터미널의 필요성은 점점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 노선의 부재는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온다. 서부터미널과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들조차 울며 겨자먹기로 역이나 복합터미널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 중구 안영동에 사는 이모(32)씨는 "서울에 올라가려면 30분 간 버스를 타고 대전역이나 서대전역을 찾아야 한다"며 "대전복합터미널이나 유성시외버스터미널에 가려면 시간이 40분 넘게 걸려 매우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김모(32·여)씨는 "자취방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가까워 버스를 이용하고 싶지만, 서울까지 가는 버스를 타려면 대전복합터미널이나 유성까지 가야만 한다"며 "집이 산성동이라 그나마 서대전역이 가까운데, 노선이 감소해 열차표 예매에 실패하고 말았다. 서부터미널에서 수도권으로 가는 노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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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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