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각·컴퓨터 능력 '컴퓨팅적 사고' 4차 산업혁명 새로운 성장 과제 직면 사람이 만들어 가는 내일을 준비해야

가수 황치열의 중국가요계 진출은 드라마틱하다. 2006년 데뷔한 이후 우여곡절의 9년을 보내며 보컬 트레이너로 일하다 마지막 음악활동이라는 심정으로 케이블TV 가요 프로그램에 나간다. 그는 풍부한 감성과 허스키한 목소리로 국내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그 다음 도전무대는 국내 최고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불후의 명곡`이었다. 긴 무명생활의 아픈 사연과 뛰어난 가창력이 빚어낸 한편의 드라마는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지난 5일, 중국 후난위성TV `나는 가수다 시즌4` 편에 출연한 황치열은 단 4회 차 만에 13억 중국인의 가슴에 큰 감동을 주며 1위를 차지했다. 이제 그는 지난 10년 무명을 넘어 세계를 향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매력이란 국경을 넘어서는 공통의 언어라는 것과 우리 한국인이 가진 문화 콘텐츠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 행복한 소식은 여러 모로 가슴 답답한 국민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있다.

요즘 한국사회는 `헬조선`이라 불리며 직장에서는 고용불안에 쫓기고 가정에서 위로 받지 못하며 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러한 불안은 한국 사회를 통제하는 숨은 지배자 역할을 하며 무한경쟁의 논리 속에 일상화 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이렇게 벼랑으로 내몰리는 이면에는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생산중심 사회의 강박관념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가치 중심의 사회에서는 느리거나 빠르거나 각자의 모습대로 움직이며 자신의 가치를 발휘하면 된다. 그러나 기계적 생산을 중심에 놓고 사람을 평가하기 시작하면 사람은 기계의 보조자로 전락하고 만다.

`인간은 위대한 존재이다.` 최근 인공지능 알파고가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를 5대 0으로 제압 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알파고는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컴퓨터 기계학습 알고리즘이 조합을 이루는 구글의 막강한 프로그램이다.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사람과 대등해지려면 사람의 전략, 즉 패턴을 인식해 확률적으로 최선의 수를 찾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컴퓨터들은 이진연산을 기초로 했기 때문에 바둑처럼 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 했지만 딥러닝은 그런 일을 가능하게 했다. 이 알파고가 세계 바둑 1인자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오는 3월, 우리 인간은 1997년 체스대결 이후 또 한번 기계로부터의 도전을 받게 되었다. 이세돌 9단은 "최소한 이번 만큼은 지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미래는 사람의 생각과 컴퓨터의 능력을 통합하는 컴퓨팅적 사고가 필요하다. 요즘 미국은 경제적 활기를 되찾고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오바마 대통령은 `컴퓨터 사이언스 포 올`이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약 4조 80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는 증대되고 있는 디지털 경제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미국학생들로 하여금 컴퓨팅적 사고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컴퓨팅적 사고능력이란, 사람의 생각과 컴퓨터 능력을 통합한 사고로 데이터 수집·분석, 표현, 문제 분해·추상화, 자동화 등의 창의적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능력이다. 이것은 단순히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분석 도구를 개발하거나 프로그래밍 기술을 배워 국가 경제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또한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인류의 산업발전 과정을 보면 증기기관과 방적기 발명의 1차 산업혁명, 전기동력과 자동차 생산의 2차 산업혁명 그리고 자동화 대량생산체계가 중심이 된 3차 산업혁명기였다. 우리나라는 3차 산업혁명 속에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 다음 성장을 준비하지 못한다면 위험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가수 황치열의 도전을 보며 지금 외롭고 힘들더라도 10년 무명의 위기 속에 자신을 단련한 한 가수의 드라마처럼 모두 자신만의 스토리를 준비하자. 때로 정치가 국민을 배신하고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지 못할 지언정 우리는 서로 위로하며 미래를 향한 도전을 준비를 하자. 미래는 컴퓨터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김국진 충남 ICT기업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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