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라고 했다. 이 말은 `매섭고 차가운 겨울이 온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푸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풀어 쓸 수 있다. 사람이 힘든 상황이나 부와 권력이 없어졌을 때 내 곁에 남는 참된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는 이러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세한도는 1844년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 돼 홀로 고독한 삶을 살고 있을 때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의 답례로 그려준 그림이다. 국보 180호로 지정돼 있고, 세로 23cm, 가로 61.2cm로 가로 길이가 긴 형식의 아담한 사이즈로 제작된 수묵화다. 그리고 청대 16명의 학자들의 발문(跋文)과 찬시가 붙어 가로로 긴 두루마리 형식의 작품이 됐다.

처음 세한도를 접하게 되면 누구나 한번쯤 실망 할 수도 있다. 매우 건조한 붓질로 낙서하듯 장난하듯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초라한 누각과 늙은 소나무와 잣나무 두 그루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화면 가운데 초라하고 묘사가 전혀 되지 않은 집 한 채를 두고, 좌우로 소나무와 잣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김정희의 처한 상황을 설명이라도 해주듯 스산하게 화면에는 텅 빈 여백만 가득하다. 그림 오른쪽 위에는 세한도라는 제목과 `우선시상`, `완당`이라고 적혀있고 호와 이름인장이 찍혀있다. 제자 이상적에게 김정희가 자기의 남루한 현실과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멀고 먼 길을 좋은 책과 함께 찾아와 준 제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그린 그림이다. 화려한 기교와 채색은 없지만 담담하고 건조한 필과 먹의 농담, 간결한 화면경영은 지조 높은 문인의 정신세계를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또 이 그림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그림의 오른쪽 하단에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는 네 글자의 도장이 찍혀있는데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기를`이란 뜻으로 중국 한나라 와당(瓦當)에 새겨진 말로 김정희가 이상적에게 매섭게 차가운 현실의 본인을 찾아 와 송백처럼 든든히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감동의 마음을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최고의 표현일 것이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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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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