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 중국 동참 대북압박 강화 단계적 개방전략 모색을

미국 MIT 경제학과 교수 대런 애쓰모글루와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 제임스 로빈슨은 그들의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에서 성공과 실패의 대표적 사례로 한반도를 들고 있다.

이 책에서 38선의 경제학은 6·25 전쟁을 계기로 남북으로 갈린 형제가 50년 만에 처참할 만큼 처지가 달라진 모습으로 만나는 장면을 소개한다. 그러한 차이를 만들어낸 것은 분단되기 전 동일한 여건이던 남과 북이 각각 포용적 경제제도와 착취적 경제제도를 도입한데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포용적 지도자는 제도가 잘못된 것을 알았을 때 과감히 개혁을 시도한다. 착취적 지도자는 제도가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탄압과 착취를 강화한다. 착취적 경제제도의 대표적 국가인 동독과 소련이 붕괴한 후, 많은 국가들이 포용적 경제제도로 전환해 성공적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의 달라진 모습은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최근에는 쿠바까지도 체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전환하기 이전과 이후의 달라진 모습은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제 마지막 남은 착취적 체제 북한의 살길은 분명하다. 하루빨리 포용적 경제제도로 전환하는 길 뿐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분명한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착취를 강화하면서 권력 유지를 위한 마지막 카드인 핵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그 끝은 국제적 고립과 자멸뿐이다. 세계 역사가 때로는 폭군들의 광기로 얼룩지기는 했지만 시간문제이지 결코 성공한 역사로 기록되지는 못했다. 다만 당장 현실로 나타난 이 광기를 어떻게 시간을 단축해 억제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일 따름이다. 그 방법론이 중요하다.

이제 북한 정권에 대해 옳고 그름의 논쟁에서 벗어나 전략적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다. 호랑이 등에 올라탄 김정은 정권으로 하여금 호랑이 등에서 내려오게 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스스로 내려서 옳은 길을 택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강제로 내리게 하든지, 아니면 스스로 호랑이 등에서 내려와도 권력이 유지되도록 안전장치를 해주는 방법이다.

첫째 방안은 핵을 포기할 수 밖에 없도록 국제 공조를 통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북한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6자 회담으로는 한계가 있다.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와 한·미·일·러·중 등 5개국의 실질적인 압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의 동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의 대중 외교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은 물론이다. 압박 수단은 김정은 정권에 가장 필요한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금이다.

미국이 이란에 적용했던 세컨더리 보이콧(일반 경제활동이라도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모든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해 제재를 가함) 방법처럼 실질적인 차단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과거 네 차례에 걸친 대북제재 결의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그 동안의 제재가 `약효 없음`을 입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의 유엔 제재는 보다 실질적이고 훨씬 강도 높은 제재조치가 아니면 안 된다. 핵관련 또는 무기류의 거래금지만이 아니라 일반 산업용 물자거래도 통제하는 경제봉쇄단계까지 검토돼야 한다.

국제공조가 확실하다면 우리도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까지 중단할 각오를 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북한 정권의 자금유입과 남한 기업의 이익창출을 교환하는 공간이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보다는 금강산관광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도 자금공급원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남한에서는 대북 심리전 공세 등 북한 정권이 불편해하는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이 경우 남한 내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미국과의 공조로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억제하거나 도발 시 단호히 응징한다는 확고한 의지도 필요하다.

둘째 방안은 단계적 북한 개방전략을 도모하는 것이다. 우선 핵개발을 포기하고 경제적 개혁개방을 하는 경우 김정은 정권이 유지되도록 국제적 안전장치를 보장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란 경제제재 해제시 정권 불간섭을 묵계한 것도 전례가 될 것이다. 대폭적인 대북 경제협력과 지원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 6자 회담 당사국인 한·미·일·러·중의 보장장치와 함께 최악의 경우 김정은 정권 권력층의 해외 안전거주를 보장하여야 하는 사태도 예상해야 한다.

어떻든 이번 기회를 통해 핵개발은 김정은 정권이 자멸하는 길임을 확실히 깨닫게 하지 않으면 5차, 6차 핵실험은 계속될 것이고, 그 끝은 남북 공멸이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강용찬 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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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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