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김제 및 고창에서 현재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전국의 축산농가에서는 공포와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내가 당진시 축산팀장으로 있을 때 발생하였던 구제역과의 전쟁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끔직한 일이었다.

당진에서는 2011년 1월 5일 날 합덕읍 도곡리의 한 양돈농가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총 107건의 구제역이 발생하여 돼지 13만 5000두, 한우 269두, 젖소 300두, 염소 12두, 사슴 18두가 매몰 처리되었다. 그리고 그때 동원된 공무원과 군인, 지역주민 등 1일 평균 740명, 연인원 23만 2000명, 20억 7000만 원을 투입하여 61개소의 방역초소 운영과 매몰 작업에 임하는 등 구제역과의 전쟁에 전행정력을 동원하기도 했었다. 구제역이 창궐 된지 50일이 지났지만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게 번져 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구제역과의 전쟁이었다.

농가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축사소독을 필히 해야 하며, 축사를 철저히 통제해 타인의 출입을 금지해야 했고 가급적 축사의 보온 시설을 정비하고 물은 4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공급하여 영하 10도이하의 강추위에 대응해야만 했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도 두 눈 뜨고 살아있는 멀쩡한 가축들을 살처분하여 땅에 생매장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었다.

국립수의과학검역학검역원이 발표한 구제역확산 원인 및 전파경로를 분석한 결과 `사람이 옮기는 바이러스`라고 판단하여 "설 연휴기간 유동인구 증가에 대비한 방역활동을 통해 전염 원 확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을 지시했었다. 구제역 확산 차단에 중대한 고비가 될 설 연휴기간동안 고향 방문 자제, 축산관련 이동통제 등의 노력을 당부 했었다. 특히 사료차량 등 축산관련 차량에 대해서는 철저한 이동 통제와 소독을 강조했었다.

당진은 5일장을 폐쇄하고 외부인의 차단 등 초강수를 뒀지만 급격히 번지는 구제역에 사실상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었다. 구제역과의 사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살처분이 이어지면서 축산 농가는 물론 현장에 파견된 공무원들은 심각한 스트레스에 호소하기도 했었다. 여기에다 설 대목을 앞둔 시점에서 도축물량 축소와 이동제한 등의 조치에 따른 돼지고기 등의 도매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어 육류시장의 후폭풍이 본격화될 조짐이었다.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반경 10㎞ 이내에서는 가축의 이동도 제한되었다.

무엇보다도 설날 출하를 앞둔 시점에서 축산농가의 경제적 손실이 컸었다. 구제역사태로 소와 돼지 가격이 하락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가뜩이나 사료 값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에 이중고가 되었다. 경제적 손실은 축산농가에 그치지 않고 식당, 정육점, 사료업체 등에 걸쳐 심각한 타격이 이어졌다. 당진은 민관군이 구제역으로 휴일도 없이 연일 고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진군재난안전본부에서는 전국 최초로 강제이행명령을 내리기도 하였다. 외지에서 반입되는 사료를 전면차단하고 당진축협을 비롯한 당진지역에서 생산되는 사료를 농가에 공급하라는 것이었다. 특별히 당진지역의 사료를 공급함으로써 구제역 차단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명령한 것이다. 공무원들은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며 방역대책 추진에 설 명절 연휴도 반납 했었다. 소독약과 생석회로 소독하며 군민 모두가 구제역과의 전쟁을 치뤘다. 구제역 발생 당시 나의 임무는 농장에 대한 사료와 약품 잔량을 조사하는 일이었는데 구제역 발생 농가가 107농가나 되어 일일이 방문하여 지대사료와 벌크사료, 조사료, 약품 잔량을 조사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사고 없이 임무를 완수했었다.

이제 다시는 이러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대책 상황실을 운영하여 구제역 신고 및 즉각 적인 대응체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특히 축산농가의 협조로 철저한 축사내외의 소독과 예방접종 등으로 구제역 때문에 피해를 보는 축산농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구제역 유입방지 대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 이다.

최병부 당진시 행정동우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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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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