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체 이상의 사회적 기업 이윤보다 사람 중심의 구조 이해·배려하는 마음 전해야

설 명절이 끝나가고 있다. 올해도 여러 친지들께 인사와 안부를 전하고 선물 드리고 세뱃돈 주느라 다들 분주하셨을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한 가지 여쭈어 볼 것이 있다. 올 설에는 어떤 선물을 주고 받으셨는지요? 명절 되면 고민스러운 게 이번엔 또 무슨 선물을 드리면 좋을까 하는 것이다. 필자는 지인들과 어른들께 선물을 할 때 충남 사회적경제 쇼핑몰 `따숨몰`을 이용한다. `따숨몰`은 충남 사회적경제 판로 관련 실무협의체인 `따숨상회`에서 공들여 준비한 쇼핑몰이다. 대형마트나 오픈마켓처럼 다양하지는 않지만 알찬 충남의 사회적경제 제품들로 구성되어 있어 보다 의미 있는 소비를 위해 애용하는 곳이다.

한편 이번 설에 필자도 여러 선물을 받았는데 그중 자랑하고 싶은 것은 매실한과이다. `할매들의 반란`, 이제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충남 사회적경제 대표주자 당진 백석올미의 한과다. 수많은 한과가 있지만 올미 한과는 그동안 사회적경제를 지원해 온 우리 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 실무자들에게 애틋하고 의미 깊은 제품이다. 몇 년 전 마을기업 심사로 처음 만난 올미는 당시 설비만 갖추어 놓고 운영 자금 등의 부족으로 사업화 추진에 애를 태우고 있는 형편이었다. 심사 때 보따리로 꺼내놓은, 조금은 제각각으로 생긴 한과를 맛보며 마을 할머니들의 열정으로 결성된 조합 구조와 범상치(?) 않은 대표님의 포스에서 올미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어렴풋하게나마 점쳐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신선한 첫 만남을 가진 올미는 이후 최우수 마을기업, 6차산업 대상 수상에 빛나는 말 그대로 괄목상대한 성장으로 오히려 우리 실무자들에게 힘과 격려를 주는 자랑스러운 마을 공동체 기업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사회적경제 기업은 사회적기업, 마을기업이라는 타이틀 보다 실제 그 운영이 어떠한지, 즉 공동체의 필요를 위해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며 배분과 성과가 자본보다 사람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영체인지의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다.

충남에는 농업 기반으로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주민들이 마을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많은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있다. 앞서 언급한 백석올미는 마을 자원인 매실을 활용하여 할머니 본인들의 일자리와 소득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특히 모두가 함께 출자와 배분,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민주적인 경영구조를 갖추고 있어 충남의 농촌형 사회적경제 기업의 전형(典型)이라 할 수 있다.

올미가 소중한 것은 이런 이론적이고 모범적인 외형과 함께 그 안에 일하고 계신 분들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올미에서 일하는 여든이 넘으신 한 할머니께서 장성한 아들이 갑자기 명을 달리하고 나서 심한 우울감에 살아갈 의욕을 잃으셨는데 다 늙은 자신을 기다려주고 필요로 하는 일터가 되어주는 올미를 의지해서 그나마 다시 삶을 추스를 수 있었다고 고백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한 마을의 사회적경제 기업은 단지 눈에 보이는 상품과 이윤의 원리로 움직이는 기업이 아니라 혼자로는 외롭고 연약한 이웃들이 삶을 함께 나누고 서로를 의지해 어깨를 겯고 걸어가게 하는 따뜻한 바람막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는 공동체와 함께하는 나눔의 과정에 동참할 수 있는 연대의 통로가 되어준다. 젊은이들에게는 다시 지역으로 돌아갈 꿈을 꾸고 기댈 수 있는 엄마 품처럼 든든한 곳이 바로 마을의 사회적경제 기업인 것이다.

설 연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 앞으로 계속해서 소비해 갈 수많은 물건들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위해 사고 먹고 소비할 것인가. 그것이 우리 자신과 이웃에게, 우리 농촌에게, 나아가 우리 후대들에게 어떤 의미와 도움이 될 것인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번 설에 사회적경제 제품을 구입 못하셨던 분들이라도 너무 후회하지 않으셔도 된다. 잠깐 한 숨 돌리고 나면 추석 명절이 다가와 있을 테니까! 그전에라도 평소에, 그리고 추석이라면 더더욱 잊지 마시고 검색창에 `따숨몰`을 쳐서 이웃과 함께 하는 사회적경제 소비자로 거듭나시길 바란다.

김민숙 충남사회경제네트워크 총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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