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아 다양한 영화가 안방극장을 찾는다. 5일부터 대체공휴일인 10일까지 긴 연휴기간 동안 시청자들은 사극 대작부터 저예산 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한 영화를 취향대로 골라볼 수 있다. 개봉 당시 화제를 모으며 관객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화제작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설 연휴 브라운관은 더 풍성해질 전망이다.

◇해적(5일 SBS 오후 11시 25분)=조선의 국새를 고래가 삼켜버린, 전대미문의 국새 강탈 사건으로 조정은 혼란에 빠지고 이를 찾기 위해 도적 무리들이 바다로 모여든다. 바다를 호령하다 졸지에 국새 도둑으로 몰린 위기의 해적과 고래는커녕 바다도 처음이지만 호기롭게 고래사냥에 나선 산적, 건국을 코앞에 두고 국새 도난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개국세력까지 가세해 조선의 국새를 둘러싼 대격전이 벌어진다. 청순한 여배우의 대명사 손예진의 액션 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 1년 6개월만에 브라운관에서 시청자들과 만난다. 해적은 사극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진지하거나 어둡지 않은 `유머` 코드로 무장한 오락영화다. 난생 처음 바다를 만난 산적단의 두목 강사정(김남길)과 전직 해적에서 산적으로 이직한 철봉(유해진) 등 바다와 처음 맞닥뜨린 산적단 일당의 에피소드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명량(6일 KBS2 오후 10시 35분)=1597년 임진왜란 6년, 전쟁이 지속되며 조선의 혼란은 극에 달한다. 왜군이 무서운 속도로 한양으로 북상하며 조선이 국가존망의 위기에 처하자 누명을 쓰고 파면 당했던 이순신 장군(최민식)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되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 12척의 배 뿐이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거북선이 불타고 뛰어난 지략과 잔혹한 성격으로 악명 높은 용병 구루지마(류승룡)가 왜군 수장으로 나서자 조선의 두려움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된다.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배가 집결하며 누구나 패배를 직감하던 그 때,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로 역사를 바꾼 위대한 전쟁을 시작한다. 2014년 개봉해 1000만 관객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던 명량이 설 연휴에 그 감동을 다시 한번 전한다. 조선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전쟁으로 기록돼 있는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명량은 최민식의 신들린 연기로 개봉 당시 꼭 봐야할 국민 영화로 떠오른 바 있다.

◇표적(7일 KBS2 오후 11시 40분)=한 밤 중에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으로 누명을 쓰고 쫓기던 여훈(류승룡)은 교통사고로 병원에 긴급 후송된다. 여훈의 담당의사 태준(이진욱)은 그날 이후 갑작스런 괴한의 습격을 받게 되고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병원에서 여훈을 빼돌려 위험한 동행에 나선다. 사건에 음모가 있음을 직감한 형사 영주(김성령)와 범인 검거율 100%의 광역수사대 송반장(유준상)은 새롭게 사건에 개입하게 되고 쫓는 자도, 쫓기는 자도 모두 표적이 된 36시간의 숨막히는 추격이 시작된다. 표적은 사건이 전개될수록 쫓기는 자와 쫓는 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인물간의 관계가 입체적으로 변하면서 후반부까지 긴장감을 선사한다. 영화 3분의 1을 차지하는 격투, 추격, 총격, 폭발 등 다양한 액션신은 그 긴장감을 배로 만든다. 표적은 개봉 당시 마성의 카사노바, 킹 메이커, 바보 아빠 등으로 매 영화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류승룡이 리얼한 액션과 진한 감정 연기로 돌아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위플래쉬(8일 EBS1 오후 11시 40분)=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돼 있는 음대 신입생 앤드류(마일즈 텔러)는 우연히 누구든지 성공으로 이끄는 최고의 실력자이자 최악의 폭군인 플렛처 교수(J.K. 시몬스)에게 발탁된다. 누구나 갈망하는 플렛처 교수의 밴드에 들어간 앤드류는 폭언과 학대 속에서 좌절과 성취를 동시에 안겨주는 플렛처 교수의 지독한 교육방식에 직면하게 되고 이는 최고가 되고 싶다는 앤드류의 집착을 이끌어내며 그를 점점 광기로 몰아넣는다. 영화 속 밴드가 연주하는 재즈 곡의 제목인 위플래쉬는 곡 중간의 `더블 타임 스윙` 주법으로 질주하는 드럼의 독주가 단연 돋보이는 곡이다. 단어의 원 뜻이 `채찍질`이라는 점은 의미 심장하다. 자신을 극단으로 몰고가는 플렛처 교수에 맞선 앤드류의 연주는 그야말로 신들림에 가깝다. 화면을 가득 메우는 드럼 연주가 시종일관 반복되지만 단조롭다기 보단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드럼스틱을 잡은 손에 끊임없이 피가 흐르는 데도 연주를 멈추지 않은 앤드류의 미친 열정이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9일 SBS 오후 11시 15분)=조그만 강이 흐르는 강원도 횡성의 한 작은 마을. 소녀감성을 지닌 89세 강계열 할머니와 98세의 로맨티스트 조병만 할아버지는 76년째 연인이다. 어디를 가든 고운 빛깔의 커플 한복을 입고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노부부의 하루하루는 항상 신혼 같다. 봄에는 꽃을 꺾어 서로의 머리에 꽂아주고 여름에는 개울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가을에는 낙엽을 던지고 겨울에는 눈싸움을 하며 동화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귀여워하던 강아지 `꼬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꼬마를 묻고 집으로 돌아온 이후 할아버지의 기력은 점점 약해져 간다. 점점 더 잦아지는 할아버지의 기침소리에 할머니는 친구를 잃고 홀로 남은 강아지를 바라보며 곧 다가올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한다.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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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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