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고용불안 갈수록 심화 경기 나쁘면 불황상품 잘 팔려 팍팍한 세상 위안거리 찾는 것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6%였다. 한국은행이 지난 주 발표한 수치다. 2012년 이후 3년간 상승세를 보이다 추락한 것이다. 당초 정부가 세운 목표는 3.8%였다. 경제여건이 좋지 않자 3.0%로 목표치를 낮췄다. 외국인 관광객이 반 토막 난 `메르스 충격` 등을 반영한 것이다. 추경도 편성하고 개별소비세도 인하했다. 미국을 벤치마킹해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등 부양책도 동원했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했다.

중국 역시 7%대 성장 유지를 의미하는 `바오치(保七)`가 깨지고 6.9% 성장에 그쳤다. 1990년 이후 고도성장을 지속하다 25년 만에 7%대 벽이 무너졌다. 그동안 중국은 글로벌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경제의 침체가 전 세계에 미치는 충격은 결코 작지 않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수출국이다. 지난해 수출액의 25%가 중국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제일 먼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 들어서도 대내외 경제여건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잠정 집계한 올 1월 수출액도 큰 폭으로 줄었다. 367억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5%나 감소했다. 6년 5개월 만에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반도체, 석유제품, 철강, 휴대전화 등 수출 주력업종이 맥을 못췄다. 더 심각한 건 액수와 함께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외상황도 결코 녹록치가 않다. 중국의 침체가 그렇고 저유가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중동의 정세불안이 모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서 그친 게 아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 있다. 지난 29일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일을 저질렀다.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내리기로 했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가 아니라 `보관료`를 내야 한다. 반(半)강제적인 방법이라도 동원해 시중에 돈을 풀게 하겠다는 것이다. 3년간 돈을 풀었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자 극약처방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에 비상이 걸렸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가운데도 역설적으로 지난해 유례 없는 호황을 보인 곳이 있다. 바로 로또복권 시장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로또 판매량은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조 2571억 원어치가 팔렸다. 전년에 비해 6.8%나 증가했다. 2004년 3조 2984억 원 이후 가장 높은 매출액이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56.5%)은 지난 1년 새 복권을 한 번은 샀다고 한다. 구매횟수도 전년보다 늘었다. 연 14.2회로 한 달에 한 번 이상 구입한 셈이다. 당국에선 로또 판매점 숫자가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판매 증가의 주된 이유를 다름아닌 경기불황으로 보고 있다.

로또는 대표적인 불황상품 중 하나다. 소주, 담배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살기가 어려울수록 잘 팔리기 때문이다. 박탈감, 소외감, 불안감 등을 술과 담배로 잊으려는 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경기가 안 좋으면 고용불안과 취업난 등에 지친 국민들이 너도나도 인생역전, 일확천금을 노리고 로또복권을 사는 경향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로또가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복권구입자 중 사행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3.3%에 불과했다. 카지노(88.9%)나 경마(83.5%)는 물론 주식(23.6%) 보다도 낮은 수치다.

사람은 꿈과 희망을 먹고 산다. 비록 오늘 힘이 들지만, 내일은 나아질 거라 기대한다. 그런 내일이 어제와 같거나 더 어렵다면 어떨까. 새해도 한 달이 지났지만 가슴 뛰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갈수록 답답하고 팍팍한 통계수치뿐이다. 로또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하다. 이들에게 로또는 한탕주의가 아니라 꿈이고 기댈 언덕이다. 재도약을 위한 휴식이자 디딤판이기도 하다. 그렇다 해도 이런 `꿈`을 좇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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