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치타는 대가리와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배가 땅에 닿을듯 말듯 얕게 달리고 있었다.

임팔라는 고공을 높게 날고 있었고 치타는 저공을 낮게 날고 있었다. 따라서 임팔라는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갔고 치타는 바로 직선으로 낮게 날고 있었다.

그 차이였다.포물선보다 직선이 빨랐다.

쫓고 쫓기는 두 마리의 거리가 점점 단축되고 있었다. 출발한지 3백m쯤이 되자 두 마리의 거리가 10m로 단축되었다.

그러자 임팔라는 양측 모두가 그렇게 달리면 자기가 불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임팔라는 요리조리 방향을 바꾸면서 도망가기시작했다. 민첩한 움직임이었는데 치타 역시 민첩했다.

드디어 치타의 몸이 임팔라의 몸에 부딪쳤다. 치타는 몸무게가 가벼웠고 그 힘도 약했으나 달려오는 스피드의 힘이 있었다. 임팔라가 흙먼지를 날리면서 뒹굴었고 치타가 그 몸을 깔고 눌렸다. 그리고 치타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임팔라의 목덜미를 뚫었다. 싸움은 거기서 끝났다.

그런데 치타는 그렇게 힘들여 잡은 임팔라의 고기를 뜯어먹지 않았다. 목줄을 잡자 신선한 피만 몇모금 빨아먹은 다음 임팔라의 시체는 미련없이 버리고 가버렸다.

치타는 그렇게 먹지도않을 먹이를 왜 잡았을까. 녀석은 임팔라와의 경기를 즐긴 것 같았다. 어느쪽이 빠르냐를 알아보려는 것이었을까.

캡틴 로렐은 그날 치타와 임팔라의 경기를 관전하고 관리사무실로 돌아오다가 숲속에서 고양이의 울음소리같은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가까이 가보니 치타의 새끼였다. 생후 2개월도 안되는 새끼가 길을 잃은듯 울고 있었다.

"요놈 봐라"

캡틴 로렐은 그 새끼를 안고 관사로 돌아갔다. 내버려두면 다른 포식동물들에게 잡혀먹힐 위험이 있었다.

캡틴 로렐의 관사에서는 젊은 마사이족 부부가 함께 고용되어 총각인 로렐의 가정일을 봐주고 있었는데 그 부부에게는 여덟살되는 딸이 하나 있었다.

미첼이라는 그 소녀는 캡틴 로렐이 치타의 새끼를 안고 돌아온 것을 보고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다. 본디 동물들을 좋아하는 소녀였는데 그 치타 새끼가 특히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미첼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가까이에 있는 마을에 가서 우유를 얻어와 치타새끼에게 먹였다. 치타새끼는 배가 고팠던 것 같았으며 한사발이나 되는 우유를 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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