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우민호 감독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세월호 참사 겪은 고등학교 이름 기억해" 열에 둘, 셋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발생한 날짜는" 고개를 갸웃 거리는 사람이 더 많다. 많은 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졌다가도, 순식간에 다른 이슈로 사람들의 관심이 옮겨 붙는다. 꼭 기억해 반복되지 말아야 할 일임에도 사람들은 망각한다. 영화 말미 이강희 논설주간(백윤식)은 그런 대중들의 속성을 꼬집는다. 3시간의 런닝타임 동안 가장 불편한 순간이었다. 이강희의 대사에 동의도, 부정도 선뜻 하지못했기 때문이다.

영화 내부자들 : 디오리지널은 기존에 개봉된 내부자들 보다 50분이 더 추가됐다. 그 만큼 뒷 이야기가 많았다. 영화는 정치와 재계, 언론, 조폭 등 사회 권력층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정치 깡패 안상구(이병헌), 족보 없는 검사 우장훈(조승우),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유력일간지 논설주간 이강희, 집권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 장필우(이경영), 재벌 오회장(김홍파)가 서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이강희는 자신의 고등하교 동창인 검찰 출신 장필우를 정계에 진출시키고 여당의 대권 유력후보로 세운다. 장필우를 통해 재벌인 오 회장에게 3000억 원 규모의 불법 대출을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10%인 300억 원을 장필우의 정치자금으로 돌린다. 안상구는 사실을 알게 되고, 평소 형님 동생하며 지냈던 이강희에게 알린다. 이강희는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안상구는 폐인이 돼 복수할 기회를 노린다. 경찰 출신인 우장훈은 불법대출 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뛰어난 실적을 냈지만 족보 없는 검사이기 때문에 인정을 받지 못한다. 정의 때문인지 출세욕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우장훈은 장필우의 비자금 수사 저격수로 나선다.

갈등은 복수를 꿈꾸는 안상구와 출세를 노리는 우장훈이 손을 잡으면서 고조된다. 우장훈과 안상구는 비자금 파일 사건을 공론화하며 장필우와 오 회장, 그리고 이들의 뒤에 있는 이강희의 목을 조여가기 시작한다. 권력자들은 자신이 이뤄낸 것들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우연임을 주장하지만 언젠가 뉴스에서 본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은 안상구와 이강희가 인연을 맺은 이야기, 조국일보 간부들의 회의 모습, 안상구가 손목이 잘린 뒤의 생활 등이 추가됐다. 특히 조국일보 간부들의 회의모습은 인상적이다. 팩트를 기반으로 한 진실을 지면에 실어야 하지만, 그들은 팩트를 기반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진실을 만들어 갔다. 디 오리널의 백미는 이강희의 마지막대사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영화는 웹툰이 원작이다. 이끼, 미생 등 숱한 이슈를 생성하는 작품을 그린 윤태호 작가가 지난 2012년 `한겨레 오피니언 매거진 훅`에서 내부자들의 연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연재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제작은 돌연 중단 됐다. 윤 작가는 내부자들 개봉을 계기로 진행 된 인터뷰에서 "제작 당시 `모든 균열이라는 것은 내부의 조건이 완성시킨다`라는 문장을 적어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안에서도 균열이 찾아왔고, 이 거대한 이야기를 완성시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제작 중단 이유를 밝혔다.

그렇게 내부자들은 작가의 자의로 인해 단행본 1권에서 멈추게 된다. 1권의 내용은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언론계는 물론 검찰과 경찰 조직에 깊숙하게 자리 잡은 내부자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비리와 부패의 근원을 알아볼 수 있는 밑작업에 해당한다. 웹툰을 원안으로 다룬 영화 내부자들은 무거운 정치드라마의 편견을 벗고 범죄드라마의 장르적 매력을 더해 관객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재탄생 했다. 여기에 만화 속엔 등장하지 않았던 검사 역할 우장훈 캐릭터가 등장하는 등 영화만의 변화를 꾀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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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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