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중국 시안(西安)으로 여행을 하면서 국적항공사 직항 항공편 요금의 3분의1에 불과한 에어차이나의 베이징 경유 할인항공권을 20 만원에 구입했다. 그럼에도 시안에서 베이징을 경유해 인천으로 귀국하면서는 이코노미 항공료보다 두 배 이상 비싼 비즈니스클래스로 뜻밖에도 업그레이드되는 행운을 누렸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여름시즌에 유럽 여행을 할 때 에어차이나의 인천 출발 베이징 경유(환승) 프랑크푸르트(독일) 왕복 할인항공권을 구입했다. 아시아나와 대한항공 직항 항공편보다는 각각 30-70만 원 원 정도 더 싼 요금이었다. 하지만 베이징에서 프랑크푸르트 행 환승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서 11시간 내내 예기치 못한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일찌감치 체크인하다 보니 비상구 옆 널찍한 좌석을 미리 배정받아 쾌재를 불렀지만 지레짐작과는 달리 해당 항공편은 만석이었다. 문제는 해당 항공기를 가득 메운 중국 단체객들이 10시간 내내 릴레이를 하듯 내 좌석 앞으로 나와 어찌나 크게 떠들어대는지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리고 기내식의 수준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쳐 입에 잘 맞지 않았고 승무원들의 서비스 수준도 역시나 최악이었다.

반면 그 후 즐겨 이용한 에미레이트항공이나 베트남항공의 유럽 행 경유(환승) 항공편의 경우 국적기의 유럽 직항노선 항공료보다도 50-60만 원 더 저렴한데도 최신기종의 항공기에다가 기내 서비스 수준도 국적기와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외국 항공사들이 선보이는 유럽·미주 행 할인항공권은 대한항공 요금보다 70만 원, 아시아나항공보다는 50만 원 이상 더 싸지 않는 한 매력적이지 않다. 요즘 안전·서비스·시스템 문제로 논란이 되는 저가(저비용) 항공사들이 취항하는 일본·극동지역 노선(운항시간 두 시간 안팎)은 10만 원, 동남아 노선(운항시간 5 시간 안팎)은 20만 원 이상 더 싸지 않는 한 일반 항공사를 이용하는 편이 더 낫다. 일반 항공사들은 저가 항공사들과 비교해 최신·최첨단의 기종을 운용하는데다가 기내서비스와 마일리지 적립 등 제반 부가 혜택 제공에 있어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나타낼 정도로 우수하다. 더욱이 운항시간이 길수록 일반 항공사들의 진가는 더욱 두드러진다. 무엇보다도 일반 항공사들은 특정 노선의 운항 횟수에 있어서도 저가 항공사들을 압도해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 편안한 항공여정을 즐길 수 있어 좋다. 신수근 자유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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