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이 다가오자 무산의 생태계는 또 변했다. 광대한 산림 여기저기에 있는 잡목림에서 상엽수들의 잎이 모두 떨어져 땅에 한자나 쌓였고 침엽수들만이 청청했다.

불곰들이 겨울잠자리로 들어가버렸고 암수가 할렘무리를 만들어 깊은 삼림안쪽으로 숨어버렸다.

그러자 무산의 삼림에는 또다른 강자가 나타났다. 범들이었다.

세 종류의 범들이 나타났다.먼저 태백산맥을 타고 함경산맥을 넘어 조선범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좁은 한반도에서 사람들에게 쫓겨 무산에 들어왔다. 대륙에 사는 다른 범들에 비해 덩치는 좀 작았으나 아름답고 영리한 범들이었다.

만주의 털범들도 장백산맥에서 백두산을 넘어 들어왔다. 거칠고 긴 털에 덮힌 큰 덩치의 범이었는데 무엇이 마음에 들지않은지 신경질이 되어 으르렁거리면서 설쳤다. 1년내 참고있던 욕정들을 더 이상 참지못해 신경질이 된 것 같았다.

또다른 범이 두만강과 우스리강을 건너 들어왔다. 시베리아대호였다. 시베리아대호는 범종류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범이었으며 큰 놈은 몸무게가 백관(4백kg)나 되었다. 연한 황백색바탕에 가느다란 검은 줄무늬가 있었으며 멀리서 보면 흰색으로 보였기 때문에 백호라고도 불러졌다.

가을이 마록들의 발정기이고 번식기라면 겨울은 범들의 발정기였다. 범들은 무리생활을 하지않고 각기 멀리 떨어져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이었기에 1년에 한번 서로 같은 장소에 모여 짝짓기를 했다. 그래서 극동지역의 범들은 겨울에 무산에 모여들었다.

무산에 들어온 범들은 모두 발정이 된 범들이었으며 1년내내 성에 굶주렸던 녀석들은 반쯤 미친 상태였다.

수컷들은 돌아다니면서 목이 터지라고 포효를 했다. 그건 자기들의 존재를 알리면서 암컷들을 불러들이기위해서였고 두 번째로는 앞으로 암컷들을 차지할 싸움을 벌릴 수컷들에대한 위협이고 경고였다.

수컷들은 그런 경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만나면 실력행사를 했다.

가장 호전적인 범은 만주의 털범이었는데 그들은 마치 광대한 무산의 삼림이 모두 자기들의 영토인양 설쳤으며 다른 수컷들을 보기만 하면 마구 덤벼 피를 뿌렸다.

암컷들도 가만히 있지않았다. 그들은 그들대로 여기저기에 있는 나무뿌리에 오줌을 뿌리거나 성기를 부벼 강한 냄새를 발산시켜 수컷들의 싸움을 조장했다.

물론 암컷들끼리도 싸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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