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실금

뒤늦은 겨울 한파가 시작되면서 남모를 고민으로 속앓이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추운 날씨가 교감신경 활성화를 불러 요실금 증상을 야기하거나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립선 질환 발병률 증가에 따라 중년 남성 환자도 대폭 늘고 있다. 그동안 중년 여성의 대표적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생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실금에 대해 대청병원 비뇨기과 김은탁 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심리적·기능 문제와 약물 복용 가능성 높아=요실금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새는 것을 말한다. 증상에 따라 복압성 요실금과 절박성 요실금, 일류성 요실금으로 나눈다. 두 종류의 요실금 성격이 섞인 것은 복합성 요실금이라 한다. 복압성 요실금은 방광과 요도를 지지하는 골반근육과 요도 괄약근이 약해져 생기는 것으로 환자의 80%가 이에 해당한다. 줄넘기를 하거나 하품, 기침을 할 때, 계단을 내려가거나 급하게 걸을 때와 같이 배에 힘이 들어갈 경우 주로 발생한다. 절박성 요실금은 소변이 마려울 때 참기 어려워 화장실 도착 전 이미 실례를 하는 경우다. 과민성 방광이나 뇌졸중, 다발성경화증, 알츠하이머, 신장결석, 당뇨와 같은 질환이 있을 때 잘 생기고, 요로가 감염되거나 호르몬 결핍, 과도한 수분 섭취가 있을 때도 같은 증상을 보인다. 특히 절박성 요실금은 자다가 화장실을 자주 가는 야간뇨와 보통 사람보다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증상을 동반한다.

방광의 문제로 소변이 넘쳐 흐르는 경우도 있다. 일류성 요실금이 그것으로 방광 기능이 저하돼 소변이 가득 차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요도를 통해 나온다. 요실금 전체 환자 중 5%에 불과하지만 전립선비대증, 척추손상, 말초신경 질환, 다발성경화증, 당뇨와 같은 질환이 있거나 요도를 조이는 약물을 복용할 때 그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복합성 요실금은 복압성 요실금과 절박성 요실금의 성격을 동시에 띠는 경우다.

◇해마다 늘어 한 해 평균 13만명 진료받아=요실금은 노화와 함께 폐경 등으로 호르몬 변화가 본격화되는 40대 이상의 여성에게서 잘 생긴다. 출산 때 내려왔던 방광과 요도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쳐져 있다가 요도 괄약근이 약해지면서 잘 발생하기 때문이다. 요도 길이가 25-30㎝인 남성에 비해 3-5㎝로 짧은 것도 여성에게서 흔한 이유 중 하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른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요실금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3만 3137명이었다. 이는 2013년 13만 1288명과 2012년 12만 991명에 비해 소폭 늘어난 수치다. 성별로는 여성이 12만 2724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남성은 1만 413명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만 3177명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했고 40대 2만 5579명, 70대 2만 6184명, 60대 2만 2360명 순이었다.

계절적으로는 겨울에 병원을 찾는 환자가 가장 많다. 추운 날씨는 근육 수축에 영향을 미치는 교감신경이 보다 활성화돼서다. 근육 수축 능력이 떨어지면 괄약근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거나 방광의 압력이 높아져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례를 하기 쉽다. 땀이 많이 나지 않고 소변량이 늘어나면서 운동량이 줄어드는 점도 원인이다.

최근 중년 여성의 대표적인 질환이었던 요실금에서도 성역이 깨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남성환자는 2012년 대비 12.5%(1162명) 증가했다. 반면 여자환자는 1.1% 증가하는데 그쳤다. 70대가 2618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1521명, 80대 이상 108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암과 같은 전립선 질환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전립선 비대증 환자 대다수는 방광이 과도하게 예민해져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고 소변을 참지 못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실례를 하는 절박성 요실금 증상을 보인다. 전립선암 수술이 증가한 것도 남성환자의 증가와 연관이 있다. 전립선암 수술 부작용이나 합병증 중 하나가 요실금이다.

◇간단한 수술만으로 `자신감`과 `편리함` 동시에 되찾아=요실금은 정도에 따라 경증과 중등증, 중증으로 나눈다. 경증이나 중등증일 때는 약물치료를 택하고 약으로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중증이면 수술을 한다. 여성이 대다수인 복압성 요실금은 약물 효과가 떨어져 수술치료를 선호한다. 반면 남성환자가 많은 절박성 요실금은 약물을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술은 요도에 자가복직근막을 떼 요도를 받치고 이 근막을 실로 연결해 배꼽 밑으로 묶는 슬링수술과 인공테이프를 요도 밑으로 밀어넣은 후 배에 고정시키는 무긴장성테이프요법(TVT·Tension free Vaginal Tape) 수술이 있다. TVT 테이프는 중부요도를 지지해 새로운 치골요도 인대 역할을 하는 동시에 중부요도 아래의 질벽을 들어올린다. 또 주위 연부조직 강화에 도움을 줘 배뇨 시 요도저항력을 증가, 요실금을 방지한다.

요실금은 작은 노력만으로도 일정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골반 하층 근육을 강화시키는 골반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 똑바로 누운 다음 양쪽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무릎을 90도로 세워 일정시간 동안 유지하는 운동이 대표적이다. 일명 `항문조이기 운동`이라고 하는 케켈운동도 괄약근 조절능력을 좋게 해준다. 수술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데 커피나 탄산음료, 맵고 짠 음식은 방광을 경직시키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배에 살이 찌면 복압이 올라가 요실금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니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만성기침을 유발하는 담배도 끊는다. 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복압이 올라가므로 식습관 조절을 통해 만성변비도 해결해야 한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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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말=김은탁 대청병원 비뇨기과 과장
도움말=김은탁 대청병원 비뇨기과 과장

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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