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마록의 수컷들은 그 싸움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서로 상대를 쓰러뜨리려고 수십m를 전속력으로 돌진해와 뿔로 상대의 뿔을 찔렀는데 그때마다 쾅쾅하는 소리가 들리고 뿔이 부러지고 피가 뿌려졌다. 그 싸움은 한쪽이 쓰러질대까지 계속되었고 그들의 뿔과 뿔이 서로 엉켜 빠져나올 수가 없어 두 마리가 그대로 엉킨채로 죽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처참한 싸움 끝에 겨우 상대를 쓰러뜨리면 또다른 상대가 나타나 또다른 싸움이 벌어진다. 무산의 산림에는 가을 내내 뿔과 뿔이 부딪치는 쾅쾅거리는 소리가 끊어지지 않는다.

마록들이 그렇게 죽음의 싸움을 벌리고 있으면 그 주변에 포식동물들이 몰려든다. 이리 시라소니 삵쾡이들이 마록 수컷들의 시체나 부상한 수컷들을 찾는다. 그리고 그때쯤에는 불곰들이 또 설친다.겨울이 되어 겨울잠자리를 찾으려고 돌아다니는 불곰 암컷들이 겨울잠자리터에서 새끼를 낳기위해 수컷을 찾으려고 돌아다니면서 서로 싸움을 벌렸다.불곰들은 또한 겨울동안 겨울잠자리터엥서 견디기위한 영양분을 섭취하기위해 먹이활동도 벌렸다.

어떤 불곰들은 마록들의 수컷들이 싸우고 있는 싸움판에 끼어들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마록들도 자기들 끼리의 싸움은 일단 중지하고 불곰과 싸워야만했는데 그 결과는 뻔했다.

마록 수컷들의 크고 날카로운 뿔은 자기들끼리의 싸움에만 쓰여지는 무기였으며 불곰에게는 별로 소용이 없었다. 불곰은 덤벼드는 마록 수컷의 뿔을 움켜잡고 옆으로 비틀어 쓰러뜨렸다.

마록등 수컷들의 싸움판은 그렇게되면 불곰등의 살육장이 되고 먹이판이 되었다. 그런데 약육강식의 나라인 무산에서 날뛰는 짐승은 자기가 도리어 먹이가 되는 수도 있었다. 그곳에 나타난 더 강한 짐승에게 잡혀 밥이 되었다.

무산에는 불곰을 잡아먹는 더 강한 살육자들이 있었다. 무산의 창꾼들이었다.

무산의 창꾼들이 마록을 잡기위해 그곳에 오는 불곰을 사냥했다. 그 시기는 창꾼들이 많은 불곰을 잡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무산의 창꾼들을 잘 아는 늙은 모리꾼 한사람이 강원도포수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때가 되면 무산의 창꾼들은 불곰사냥대를 구성했다.불곰사냥대는 보통 칠~팔명쯤으로 구성되는데 그 성분이 각기 달랐다. 보통 가까운 친척들끼리 사냥대를 구성했는데 친한 친구들끼리도 구성하기도 했고 늙은이들로 구성된 사냥내도 있었고 젊은이들로 구성된 사냥대들도 있었다.

따라서 그 사냥대들은 각기 사냥을 하는 장소가 달랐고 사냥을 하는 방법도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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