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무산에 온 강원도 포수들의 생활이 안정되어갔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되었는데 무산 원시림의 생태가 달라지고 있었다. 그동안에는 무산의 멧돼지들이 원시림을 누비고 다녔고 무산의 사냥꾼들은 멧돼지들을 가장 많이 잡았다. 그러나 멧돼지들은 그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한 배에 새끼 열 마리를 낳는 왕성한 생식력으로 멧돼지들은 수가 줄지않으면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을이 오자 달라졌다. 가을이 오자 무산의 산림에서 드높은 짐승의 고함소리들이 들려왔다. 강하고 긴 울음소리였다. 산악과 산림이 혼재되고 있는 산림에서 울려퍼지는 소리였다.

붉은 사슴들이었다.붉은 사슴은 자연에 대한 적응력이 강해 세계 각지에서 서식하고 있었는데 무산의 붉은 사슴은 특별한 짐승이었다. 영국등 유럽에서 삭고 있는 붉은 사슴은 그 덩치가 보통 사슴처럼 작았으며 큰 놈이라도 무게가 백㎏이 넘지않았으나 시베리아나 만주에서 적록(赤鹿)또는 마록(馬鹿)이라고 불러지는 종류는 말그대로 말만큼이나 컸다. 큰 놈은 4백㎏나 되었다. 마록은 덩치가 컸을뿐만아니라 모습도 웅장했다. 길이가 1m나 되고 끝이 창처럼 날카로운 뿔들이 서너가닥이나 갈라져 그 대가리를 장식하고 있었다.

마록은 그 기질도 거칠고 주력이 빠르고 움직임이 민첩했다.

마록들은 평소에는 암수가 나눠져 생활했다. 암컷들은 암컷들끼리 새끼들을 데리고 그리 높지않은 산악지대에서 살고 있었고 수컷들은 그들과 멀리 떨어져 수컷들끼리 살고 있었다.

그런데 가을이 되면 그 수컷들이 암컷들이 있는 산림으로 돌아왔다. 생식기가 된 것이었다.

산림으로 돌아온 마록의 수컷들은 암컷들을 찾았으나 암컷들은 산림 깊은 곳에 있는 바위산쪽에 있었다.

마록은 한냉지에 살고있었으나 침엽수보다 광엽수림을 좋아했다. 한냉지인 무산에는 침엽수림이 많았으나 침엽수와 광엽수들이 혼재하고 있는 산림들도 있었는데 마록의 수컷들은 그런 곳에서 돌아다니면서 길고 높은 울음소리로 암컷들을 불러들였다.

마록들의 수가 엄청나게 많았으며 원시림 여기저기서 그들의 고함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렸다.이제 계절이 바꿔지고 있었고 무산 원시림의 주인도 바꿔지고 있었다.

가을이 짙어지면 무산의 산림에서는 짐승들의 뿔과 몸들이 부딪치는 살벌한 싸움소리가 울려퍼진다.

암컷들을 만난 수컷들이 서로 암컷을 차지하려고 싸움이 벌린 것이었다.그 싸움은 격렬했고 처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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