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몰이꾼들은 앞머리에서 곰의 발자국을 보면서 조심조심 가고 있었으나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면서 다짐을 받았다.

"포수님들.곰을 발견하는 것은 우리들이 할 일이지만 발견된 곰과 싸워 잡는 일은 포수님들이 할 일입니다."

그들은 모두 창을 갖고있었으나 그 창은 아마도 멋으로 갖고다니는 것 같았다. 아차하면 체면불구하고 도망갈 친구들이었다.

몰이꾼들은 그러면서도 강원도 포수들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않았다.

강원도 포수들의 발자국 추적은 너무 신중하고 느렸다. 무산의 포수같으면 도망가는 곰을 몰아붙이듯 빠르게 추진을 할 것이었으나 강원도 포수들은 곰을 자극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몰이꾼들이 포수를 독촉할 수는 없었다.

몰이꾼이 포수를 믿지않은듯 포수도 그 몰이꾼들을 믿지않았다. 그들은 몰이꾼들을 믿고 곰사냥을 하는 포수들이 아니었다. 잡초밭안에서 앞서 가던 몰이꾼들이 슬그머니 뒤로 처져 뒤에서 따라오는 것을 알고도 포수들은 앞머리에서 발자국 추적을 계속했다.

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살기가 느껴졌다. 포수들의 육감이 그걸 느꼈다. 포수들은 화승포의 집게가 집고있는 화승에 불을 붙였다. 구식 화승포에서는 포수들은 바른 손에는 화승포를 들고 왼손에는 불붙은 화승을 들고 다녔으나 그동안 연구개발을 하여 이젠 방아쇠만 당기면 불붙는 집게가 철통안에 장전되어 있는 화약에 인화되어 총탄이 발사되게 되어 있었다. 살기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곰이 공격을 하기위해 몸의 체온을 올리고 있었다.

"좋아.덤벼라. 덤벼들어."

포수들이 마음속에서 중얼거렸다. 포수들이 곰이 잡초밭에서 갈대숲안으로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갈대숲에서 곰이 돌아다니면 놈이 갈대를 밟고 쓰러뜨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곰은 갈대숲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잡풀밭이 갈대숲으로 이어지는 곳까지 가고 있었는데 갈대숲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곰도 갈대숲이 위험한 싸움터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곰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놈도 긴장하고 있었다. 놈은 이미 포수들이 뒤를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으나 그 순간을 잡지못해 으르렁거렸다.

추적자들은 그 곰의 마지막 경고를 무시했다. 그리고 기회를 기다렸다.

드디어 그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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