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4차 핵실험에도 공천·탈당·신당 매몰 한미 군사공조 기대심리 안일한 대처 영원한 우방은 없듯이 의존증 버려야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연초부터 전국이 발칵 뒤집혔지만 우리의 대응은 고작 휴전선에서의 대북방송 재개다. 원자폭탄 한개가 웬만한 도시를 폐허로 만들 수 있는데 그런 원자탄의 100배 내지 1000배 위력을 지닌 것이라고 하니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더구나 북한은 잠수함에서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영상까지 공개했다. 우리 측에서는 북한의 수소폭탄 성공도 믿을 수 없고 잠수함 미사일발사 성공도 신빙성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가공할 무기체계 개발에 있어서 진일보했다는 사실만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이 이런 군사전략적 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북한이 이런 배경을 깔고 도발해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것은 우리 생존의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흡사 남의 집 불구경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만약 `당신은 대장암3기다`는 선고를 받고도 태연하게 앉아만 있다면 우리는 이런 사람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대북방송 재개가 북한의 수소폭탄 개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어림하기 어렵다. 유치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정부의 대응도 딱하지만 정치권의 대응도 문제가 많다. 여당은 우리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가 쏙 들어갔다. 야당은 `박근혜정부의 총체적 실패다`(문재인), `개탄스럽다`(안철수)는 정도다. 국회에서도 규탄결의안을 채택한 정도다. 이런 반응은 소극적이라기 보다는 무책임에 가깝다. 입만 열면 국민을 앞세우던 것과는 너무 딴판이다.

하기는 요즘 정치권 돌아가는 것을 보면 북한의 수소폭탄이 날아와도 탈당, 신당, 공천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이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직후에 몇마디 던져놓고는 할만큼 했다는 듯이 등을 돌렸다.

마치 노름꾼이 끼니꺼리도 없는 처자식 팽개치고 화투장을 쪼이고 있는 모습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그들의 탈당, 신당, 공천… 이런 것이 도대체 국민들의 안전과 행복과는 무관한 일이다. 아마 그들의 웰빙과는 관계가 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안보적으로 이 중차대한 시기에 눈만 뜨면 정치권 개편인데 해방이후 수백번 개편해봤지만 이득을 본 쪽은 국민이 아니다.

북한이 수소탄을 개발했다고 해도 끄떡하지 않는 초인적 강심장(?)의 원인을 무엇일까? 아마도 미국이 해주겠지하는 기대심리가 제일 클 것이다. 이번에도 우리가 제일 주시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 아니라 미국의 반응인 것 같다. 한미 군사공조는 변함없다, B-52 폭격기가 온다, F-22 전폭기가 온다… 이런 뉴스를 들으면서 놀란 가슴을 달래고 있다. 북한은 미국 때문에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하지만 남한에 대해서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한 적도 없고 설사 그런 약속을 하더라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만 터지면 언제까지 미국만 쳐다보고 있어야 할 것인가. 미국은 한국을 지키는 영원한 백기사인가. 미공화당 대선주자 트럼프는 왜 미국이 막대한 돈을 써가면서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한국을 지켜줘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그런 사람이 계속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은 백기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다 그렇듯이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다. 막연한 미국 의존증을 버려야 한다. 그런가 하면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미국산 쇠고기파동에서 보았듯이 틈만 나면 반미깃발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우리 문제를 남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면서 또 한편으로는 우리 문제를 해결해주는 그 사람을 적대시하는 현상! 이런 정신분열증을 앓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순천향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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