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 극복 원동력은 희망 '가능하다'는 믿음 심어줘야 포기 땐 나라의 미래도 없어

이익훈 논설실장
이익훈 논설실장
새해가 되면 우리는 친지와 지인들에게 인사와 덕담을 건넨다. 지나온 1년 동안 감사하다는 표현이다. 미처 살뜰하게 챙기지 못했다는 미안함도 담겨 있다. `지난 한해 감사하고 새해엔`으로 시작하는 인사말이다. `복(福)과 행복` `건강` `소원성취` `대박`을 기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게 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꿈과 희망이 가득한`, `희망찬`이란 수식어다. `새해`라는 단어는 뭔가 변화가 있을 것 같고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이뤄질 것 같은 기분을 갖게 하는 마력이 있다. 희망을 갖게 하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으로 신년벽두 자신과의 약속을 유난히 많이 하게 된다. 금주, 금연 결심은 물론이다. 건강을 위해 운동 계획도 꼼꼼히 세워본다. 독서계획도 짜고 그만 두었던 취미활동도 제대로 해보길 다짐한다. 근년 들어선 다이어트가 대세다. 남녀노소 새해 계획 중 우선순위에 꼽히고 있다. 이 모든 게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뭔가 내일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갖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20-30대 청년들에겐 유난히 힘들었던 지난 한 해가 아닐 수 없다.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열정페이` 등 신조어가 유행어 상위권을 휩쓸었다. 청년들의 자조와 분노의 표출이다. `인문계 졸업생 90%는 논다`는 `인구론`이다. `문과여서 죄송하다`는 `문송합니다`도 있다. 청년취업난을 반영한 `자학 개그언어`다. 문제는 이러한 신조어가 시대를 패러디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불안과 분노를 증폭 시킨다. 실낱 같은 마지막 꿈과 희망마저도 깡그리 사라지게 한다. 악성 바이러스와 다름없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면 `3포세대`다. 취업과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하면 `5포세대`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암울한 현실에 처한 청년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여기가 끝인가 했더니 `아니라고 전해라`다. 인간관계나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포기한다는 `7포세대`, 얼마 만큼을 더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는 `n포세대`다. 그야말로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국내외 경기전망 또한 새해 들어서도 낙관적이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도 포함이다. 대부분 경제성장률이 전년보다 낮아질 것 이란 예측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기둔화, 저유가 등 소위 `3대 악재` 탓이다. 새해 벽두에는 사우디-이란 단교 사태까지 발생했다. 설상가상 `4번째 악재`다. 국제시장이 위축되고 수출환경도 악화된다고 한다. 글로벌 경제전문가들 분석이 그렇다. 국내서도 걸림돌이 적지 않다. 소비위축, 청년취업난, 가계부채, 부동산시장 위축 등이 그것이다.

전문가들 분석대로 위기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보다 더한 상황도 이겨낸 적이 있다. 한두 번이 아니다. 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도 보란 듯이 극복했다.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성장도 이룩했다. 90년대 말에 휘몰아친 `외환위기`조차도 슬기롭게 `졸업한` 저력 있는 국민이다. 고비마다 힘의 근원은 함께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이다.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청년들이 자포자기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다.

청년들의 한숨과 절규가 묻어 있는 `3포`니 `5포`니 자조 섞인 말이 새해엔 더 이상 유행해선 안 된다. 포기하는 청년들을 만든 것은 누구 하나만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다고 청년들의 잘못도 아니다. 시스템의 미비, 혹은 정책의 부재일 수 있다. 국제적인 시대의 흐름 탓이라며 위안 삼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자포자기가 능사는 더더욱 아니다. 내일의 삶이 비록 오늘보다 못할지언정 `내일은 나아질 것` 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국민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포기하는 청년` 바이러스는 다음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청년이 많은 것을 포기하고 꿈마저 잃는다면 나라의 미래 역시 없다. 청년들이 희망을 얘기하는 새해,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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