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돈이 규칙을 우선할 수 없어 법 앞에 불평등한 구조·부패 청산 사회적 믿음 강화로 경쟁력 높여야

새해를 맞이하였다. 늘 그렇듯이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희망을 품어본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새로운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개인도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종편의 `응답하라` 시리즈가 유행이다. 과거의 시대상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예단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된다. 또한 시대상을 반영한 영화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진단해 보기도 한다. 옛날에는 그랬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과거 속에서 있어야 할 잘못된 관행들이 현재에서도 되풀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75년에 개봉된 `바보들의 행진`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생맥주, 통기타, 청바지로 대표되는 시대상과 청춘을 소재로 한 영화이지만, 산업사회와 독재정치에 대한 저항이 깔려 있었다. 야간 통행금지,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 `왜 불러`와 `고래사냥`의 금지곡 판정은 당시의 시대상을 잘 설명해 준다. 헤어스타일도 옷차림도 제한되었고, 공권력에 대한 저항은 심화되었다.

1989년에 사회적으로 회자된 영화로는 `서울무지개`가 있었다. 출세에 대한 갈망이 강한 여자 주인공이 정치권력과 얽히며 비극적 종말을 맞는 게 줄거리다. 절대 권력에 쉽게 동화된 여자 주인공이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권력 앞에서 개인의 자유는 허상에 불과했다.

1993년의 `투캅스`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세파에 찌든 채 적당주의에 물든 고참 형사와 정의감 넘치는 신참 형사 간의 일화를 다룬 코믹 영화다. 단속권을 이용한 영업자에 대한 갈취는 형사 비리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작년에는 `베테랑`과 `내부자`들을 보면서 씁쓸했던 기억도 있다. 재벌, 정치권력, 언론, 검경의 결합 비리와 거대화된 자본권력 앞에 일반 시민은 미약한 존재였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진행되는 사회적 이슈들이 많다. 전 경남기업 회장인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8명 중 2명이 기소되었고, 6명은 무혐의 처분되었다. 총리가 낙마하였고, 광역자치단체장이 기소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큰 반향이 수그러드는 듯하지만, 사회적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한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대형 병원의 책임회피적 발언이 이어졌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과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공개하지 못하는 현실은 현재 진행형이다.

또한 여권 내에서는 당청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배신의 정치가 논란이 되었고, 올 해 총선에서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기존의 야당에 대한 불신은 분열을 초래하였고,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따라 작년 말까지 개정해야 했던 선거구 획정은 무법 상태가 되었다. 모 기업의 회장이 본인의 운전기사를 폭행했다는 영화 속 같은 이야기가 현실화되었다.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신뢰보다는 불신을 야기하고 있다.

World Bank에서 국가의 부는 어디서 오는가를 조사했다. 천연 자원, 인적 자원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사회적 자본이란다.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사회적 자본의 4대 요소로 신뢰성, 진실성, 단결성, 개방성을 제시했다. 사회적 자본은 한마디로 사회적 믿음이다. 서로 믿을 수 있을 때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영국 처칠 수상의 일화가 있다. 교통 신호를 위반한 수상 운전기사에 위반 딱지를 떼고, 위반 딱지를 뗀 교통 경찰관에 호의를 베풀도록 요구한 수상의 명령을 영국 경찰청장이 거부했다. 사회적 합의에 대한 규칙을 신뢰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2015년 부패조사에 의하면 일반 국민의 59.2%가 우리 사회가 부패하다고 응답하였으며, 부패인식지수(점수가 높을수록 청렴)는 10점 만점에서 3.27점이었다. 국민들의 상당수가 우리 사회가 부패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부패 유발적 사회문화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에 부패하다고 응답하였다. 권력과 돈이 규칙을 우선할 수 없다. 법 앞에서 불평등한 구조는 부패를 유발하고, 부패는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역사적으로 부패와 정권 교체는 정비례해 왔다.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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