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 송전탑·변전소 논란 당진 가보니

"충남이 전국에 전기 공급하는 기지여?"

매일 같이 찾아온다는 기자를 보고 마뜩치 않아하던 어르신들이 송전탑 이야기에는 분을 참지 않았다.

지난 12월 30일 송전탑 추가건설과 변전소 건립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당진시 석문면과 북당진변전소 건설현장을 찾았다. 당진시는 주민 건강과 재산권 피해를 이유로 북당진변전소 건축허가를 반려했고 한국전력공사는 법적요건을 갖췄는데도 시가 건축허가를 내지 않는다며 행정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었다. 시는 송전탑 추가건설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밤에 잠을 못 자. 철탑 소리가 옛날 화통 달린 기차소리 같기도 하고 황소개구리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대통령이랑 장관이랑 여기서 딱 1년만 살아보라고 해."

"땅을 팔려고 해도 송전탑 때문에 안 팔리고 담보로 돈을 쓰려고 해도 감정비가 확 떨어져. 송전선 지나가는 땅을 누가 사겠어?"

주민들은 소음, 재산권 손해처럼 직접적인 피해부터 심리적 피해까지 여러 고충을 겪고 있었다. 충남도의 연구에 따르면 당진 송전탑 상당수가 민가, 영농·축산시설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곳에 위치에 있다. 20여 년전 철탑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전봇대 크기를 상상했던 주민들은 이제 100m 높이의 765kV 송전탑을 마을에 끼고 산다.

석문면 주민자치협의회장인 임관택 교로2리 이장은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지원분은 거의 공공사업에 쓰인다. 개인의 건강·재산권 문제는 송주법(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생겼어도 중복지원이라고 보상해주지 않는다. 조금 개정된 것이 둘 중 금액이 많은 것을 택해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라며 "또 지금 송주법으로는 154kV 송전선로와 기존 송전선로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역간 형평성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마을회관 어르신들은 "나도 전기 쓰고 도시 사람도 전기 쓰는데 왜 여기만 대형철탑을 세우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중화율도 지역차이가 크다. 주승용 의원이 최근 한전에서 제출받은 `전선지중화율 현황`을 보면 17개 시·도 중 서울의 전선 지중화율은 57.04%로 가장 높고 충남은 7.76%로 14위에 그쳤다. 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당진화력에서 북당진변전소까지는 철탑으로 가는데 길이가 더 긴 북당진변전소-평택 구간은 지중화된다"고 말했다.

석문면 주민들을 만나고 찾은 북당진변전소 공사현장은 조용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전 관계자는 변전소 소송과 관련 "주민들과 협의를 끝낸 사항인데 공사를 못하게 해 손해를 보고 있다"며 "송전탑도 주민들이 협의했기 때문에 세울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석문면 주민들은 언론에 깊은 불신을 나타냈다. "언론은 우리가 왜 반대하는지 내보내지 않는다. 처음에 당진화력, 송전탑 들어설 때는 반대하지 않았는데 이게 점점 많아지는 거다. 그래서 반대했는데 보상 때문인 것처럼 비쳐지니 외부사람들은 `국책사업인데 왜 반대하냐, 전기 없으면 니들은 사냐` 이런다. 하지만 우리도 이해할 만큼 (전기를)보내줬다. 단지 사람 살 수 있는 데로 만들어 달라는 것 뿐이다." 최정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정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