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발달 좋은점·나쁜점 동시에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 위험 경고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모두 노력을 .

지혜는 개인에 속하고 지식은 그 시대에 속한다는 말이 있다. 즉 개인의 지혜는 시대를 훨씬 뛰어 넘을 수 있어도 지식은 그 시대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말일 것이다. 예를 들어 2000년도 더 넘은 옛 성현들의 지혜는 아직도 우리가 따라갈 수 없지만 지금의 지식수준은 옛날 성현들의 시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해 있다.

지식수준을 바꾸어 말하면 그 당시 과학기술의 수준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간에게 편리함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항상 그러하듯이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다.

과학기술도 마찬가지이다. 과학기술의 편리함에는 항상 위험이 따라온다. 우리가 편하 자고 개발하는 과학기술이 오히려 우리를 불편하게 하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를 불안하게까지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편리함과 불편함, 장점과 단점, 그리고 안전과 위험의 양극을 달리는 것이 원자력이 아닐까 한다.

몇 년 전에 발생한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의 사고는 우리에게 핵폭탄 정도의 공포를 안겨주었다.

방사능에 대한 공포로 인해 아직도 해산물을 먹지 못하고 심지어는 건강 검진을 위해 찍어야 하는 페트(PET)나 시티(CT) 촬영을 방사능이 무서워서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이런 첨단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하고 여기에는 필수적으로 일정 수준의 방사능 피폭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암보다도 방사능 피폭을 무서워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4기의 원자로를 운영하면서 우리나라가 필요한 전체 전기의 30%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전기 값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이렇게 저렴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것도 원자력발전이 있어서 가능하다.

그러나 이렇게 편리하고 저렴한 원자력발전소도 방사능을 내기 때문에 위험하다. 따라서 원자력을 안전하게 이용하려면 방사능이 외부로 방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기준이 바로 원자력발전소 설계기준이다.

세계에서 원자력발전소를 처음 설계한 것은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이며 우리나라는 1978년에 처음으로 고리 1 호기가 상업가동을 시작하였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설계는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그리고 설계기준도 그 당시의 지식수준으로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한 대형파이프의 절단을 가정하여 거기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였다. 현재 우리는 세계 최초의 원자로에서부터는 50년이 넘었고 우리나라 최초인 고리원자로부터만 하더라도 40년이 가까워진다. 많은 시간이 지나갔고 지식도 충분히 축적되어있다. 그러나 현재의 원자력발전소 설계기준은 축적된 우리의 지식수준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가장 위험한 사고는 방사능이 외부로 방출되는 사고이며, 방사능이 가장 많이 방출되는 경우는 원자로 안의 핵연료가 녹았을 때이다. 원자로 안의 핵연료에 방사능이 가장 많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핵연료가 녹은 사고는 모두 세 번 발생하였다.

1979년의 미국 티엠아이(TMI·Three Mile Islan) 발전소,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발전소, 그리고 최근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발전소 등 세 번이다. 모두 다른 형태의 원자로 설계이고, 아이러니 하게도 모두 소위 원자력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에서 발생하였다. 원자로를 설계할 때에는 이렇게 가장 위험한 핵연료가 녹는 경우를 대비한 설계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핵연료가 녹는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외부로는 방사능이 방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방사능의 방출이 없다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며 자연에 존재하는 방사능 준위에 상응하는 경우를 말한다.

자연 방사능의 준위는 지리적 위치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금년은 창조와 지혜의 붉은 원숭이의 해다.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으고 지금까지의 지식을 모두 동원하여 안심하고 원자력을 이용할 수 있게 하여야 할 것이다.

前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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