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롱으로 보고, 송곳으로 가리킨다`는 뜻으로, `소견이나 견문이 좁고 짧음`을 비유한다. `용관규천(用管窺天)`과 `용추지지(用錐指地)`를 줄인 말이다. `장자(莊子)`의 `추수(秋水)`편에서 유래했다.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사상가인 `공손룡(公孫龍)`이 위(魏)나라의 `위모(魏牟)`를 찾아가 왜 자신이 `장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공자(公子) `위모`가 탁자에 기대어 크게 탄식하고는 하늘을 쳐다보고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얕은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말도 못 들었습니까? 그대의 지혜로는 옳고 그름의 경계도 알지 못하는데, `장자`의 말을 이해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모기에게 산을 짊어지라고 하고, 노래기에게 황하 물속에서 달리라고 하는 것과 같아, 틀림없이 감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또한 그대는 현묘한 말을 알지도 못하면서 일시적인 이득에 스스로 만족하려 하는데, 이것이 바로 얕은 우물 안의 개구리가 아니겠습니까. `장자`의 도는 깊은 땅속 황천에서부터 높은 하늘까지 이르렀고 남쪽도 없고 북쪽도 없이 사방으로 통해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으며, 또한 동쪽도 없고 서쪽도 없이 현묘한 이치에서 시작해서 자연의 대도로 귀결됩니다. 그런데 그대는 어리석게도 관찰이나 궤변으로 대도를 찾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대롱구멍으로 하늘을 보고, 송곳으로 땅을 가리키며 측량하는 것에 불과합니다(是直用管窺天, 用錐指地也)."

지난 8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우리 군인 2명이 북한이 매설한 지뢰를 밟아 양쪽 다리와 발목을 잃었다. 그리고 지난 12월23일 이들의 전우애와 군인정신을 기리기 위해 잃은 발을 형상화한 `평화의 발`이라는 조형물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세워졌다고 한다. 논란이 없지 않다. 좋은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부정적인 측면도 생각해봤나 모르겠다. 과연 2억원짜리 조형물이 최선이었을까. 새해부터는 좀 더 폭넓고 깊이있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좋겠다.

충남대 국제화사업단 부장·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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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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