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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따뜻한 공동체 구현하는 세시풍속에 담긴 지혜

2016-01-01기사 편집 2016-01-01 04: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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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음식 나누며 흥겨운 놀이 이웃간 소통·화합 다지는 날 자연-인간의 조화 일깨워줘

벌써 2015년 을미년 한 해를 보내고 이제 2016년 병신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항상 새해에는 처음 시작의 기대와 소망이 많았지만 막상 12월로 접어들면 세월의 빠름에 대한 아쉬움과 한편으로는 그래도 한 해를 잘 마무리하게 되었음에 감사의 마음도 함께 있다.

세시풍속은 명절 또는 그에 버금가는 날이다. 예로부터 명절은 경사스러운 날로써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계절에 맞춰 음식을 장만해 사시사철 변화하는 자연의 섭리를 느끼게 했으며 떡과 술과 음식을 이웃과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화합의 의미를 다지는 날이기도 하다.

동짓날이 붉은 팥죽을 먹으면서 천체와 소통하는 날이라면, 정월 초하루 설날은 가족들이 모여 조상께 차례를 지내고 또 성묘를 가거나 어른께 세배를 드리면서 감사와 공경심을 심어주었고, 가족 간의 우애를 다지는 일 년의 시작이다.

정월대보름은 계층을 뛰어넘어 모든 마을 사람들이 협력과 소통을 다지는 축제가 펼쳐지는 뜻 깊은 명절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심신의 기지개를 펴면서 앞으로 바빠지는 농사철을 대비하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움이 새겨져 있다. 대보름은 특히 달맞이하면서 소원을 빌고, 다리밟기는 다리를 밟으면 1년의 액을 피하고 다리가 튼튼해져서 다릿병을 앓지 않는다는 풍속으로 장안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참여하여 대 장관을 이루었다. 또한 부럼을 깨물면 치아도 튼튼해지고 종가와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고 하며 불포화성 지방을 섭취하여 영양을 보충하는 의미도 크다.

한식은 동지 후 105일째 되는 날로 설날, 한식, 단오, 추석의 사대 명절 중 하나다. 긴 겨울 얼었던 땅이 녹아서 묘소가 파손된 곳에 다시 떼를 입히고 조상께 차례도 지내는 날이다. 예부터 한식에 찬밥을 먹는다는 유래는 중국 진나라 때 불에 타죽은 충신 개자추의 고사에 기인한다.

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천중일이라 하여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다. 이때는 모내기를 막 끝내고 곧 바빠지는 농사철에 대비하여 한 차례 숨을 고르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기다. 특히 여성들의 명절이라 일컬어지며 머리가 맑아지고 더위를 이겨낼 수 있다하여 창포물에 머리 감고 산언덕에 올라가 그네도 뛰고 심신의 나래를 펴는 날이다. 쑥과 수리취로 떡을 만들어 수릿날이라고도 부렀다. 새로 수확한 앵두를 천신하고 단오고사를 지내 집안의 평안과 오곡의 풍년,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였다. 단오에는 임금이 신하들에게 부채를 나누어 주기도 하고, 군현 단위의 큰 단오제가 지역마다 행해졌으며 대표적인 것이 강릉단오제이다.

추석은 설날과 함께 우리 민족 최고의 명절이다. 추석은 1년 내 땀을 흘려 수확한 햇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차례를 지내며 일 년의 풍성을 감사하고 송편을 빚어 나누면서 가족과 이웃 간의 화목을 다지는 날이다. 여름내 잡초가 자란 산소를 미리 벌초하고 추석날 성묘 가서 조상과 하늘에 대해 감사하며 내년에도 풍요로움을 기원한다. 추석은 정월대보름, 6월 보름 유두, 7월 보름 백중과 함께 달 밝은 보름명절이다. 추석에는 강강술래, 줄다리기, 지신밟기, 가마싸움 등 각종 놀이가 흥겹게 펼쳐진다.

10월은 상달이라 하여 각종 민속신앙의 행사가 집중되어 있다. 특히 각 가정에서는 길일을 잡아 고사를 지낸다. 성주신, 조왕신, 터주신, 삼신, 우물신, 대문신 등 가신에게 붉은팥 시루떡을 쪄서 고사를 지낸다. 10월 상달의 고사는 추수감사제의 성격을 지닌 천신제(薦新祭)이기도 하다. 대체로 장독대에 올라서서 지붕 보이는 집은 모두 고사떡을 돌린다는 미풍양속이 진행되어 왔는데 일 년 동안 수고로움을 서로 위로하고 정을 나누는 따뜻한 공동체의 실천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세시풍속은 전통시대 따뜻한 공동체적 단합과 화목을 다지는 의미가 있다. 또한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겸허한 마음자세를 갖추는 근신과 정성이 담겨 있다. 즉 자연과 인간의 조화의 지혜를 일깨우는 날인 것이다.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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