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억 건양대병원 외과 교수.
이상억 건양대병원 외과 교수.
진료를 마치고 음료수나 한잔 마실까 해서 병원 내 편의점에 갔는데 매력적으로 생긴 여자 분이 나를 보며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래도 날 잘 아는 사람인 것 같은데, 순간 그 사람이 누군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저를 아시나요? 저는 누군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얘기하니, "저 모르시겠어요? 저 교수님께 수술 받았었잖아요!"라고 답했다.

천천히 얼굴을 들여다보니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그 여자는 수 년 전 고도비만으로 인해 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던 환자였다. 환자를 잘 몰라보는 편이 아닌데, 너무나 달라진(홀쭉해진) 외모에 집도의인 나조차 쉽사리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그녀의 옆에는 어린 딸도 함께였다. 고도비만 환자는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과거 고도비만일 때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는데, 수술 후 결혼도 하고 예쁜 아이까지 낳는 등 인생이 바뀌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고도비만이란 에너지가 지방의 형태로 보관돼 있는 상태로, 비만으로 인한 변화에 신체가 더 이상 적응하지 못하는 한계점에 이르러 비만에 의한 각종 질환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태이거나 이미 비만관련 질환이 발생한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이런 고도비만환자도 수술을 통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고도비만수술은 위를 줄이거나 영양을 흡수하는 소장의 길을 바꿔 소식(小食)하는 체질로 변화시켜 체중을 줄이는 외과적 비만치료법이다. 비만수술이라고 하면 흔히 지방흡입술이나 지방조직의 절제를 생각할 수 있지만 고도비만 수술은 위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음식섭취 행동이 변화하게 되며 이는 칼로리의 섭취량을 감소시키고, 환자의 식생활습관 변화를 만들어 요요현상 없이 감량된 체중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비만으로 인한 관절염, 당뇨, 고혈압 등의 합병증들도 단기간 내 치유가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시행하는 수술법은 `위 소매절제술`이다. 위의 대만부를 절제하여 얇은 위관을 만들어 위의 용량을 줄여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위에서 나오는 식이조절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수술법이다. 높은 체중감량효과를 보이면서 합병증도 적어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수술이다. 수술과정이 비교적 간단하며 초기합병증이 적은 장점이 있다. 또한 수술 후 영양 및 대사장애가 적고 위, 십이지장의 내시경검사가 수술 후에도 가능하다.

고도비만수술의 성공여부는 바로 당사자에게 달려 있다. 수술 후 먹는 음식에 대하여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하며, 정기적으로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 운동 등이 생활의 일부가 돼야 한다. 다시 말해 완벽한 수술과 더불어 환자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과 도움이야말로 성공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며, 새로운 인생으로 새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전희진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