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덕구 대중교통의 새 지평이 열렸다. 도시철도 혜택에서 가장 멀었던 대덕구민이 이용할 수 있는 도시철도가 탄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충청권광역철도가 그 첫 신호탄이다. 당초 기존 국철을 이용한 국가고시 사업이었던 충청권철도에다 도시철도 기능을 부여한 것이 충청권광역철도 사업이다. 이 사업이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11월 25일 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통과했다.

계룡부터 신탄진까지 총 35.2㎞에 걸쳐 이어지는 광역철도 1단계 사업은 기존 경부선과 호남선 철도망에 선로와 역사를 추가해 사실상 도시철도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초점이다. 이 사업은 특히 도시철도와 인연이 없었던 대덕구. 그 중에서도 신탄진 지역민들이 이제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무엇보다 외딴 섬 같던 신탄진 지역이 도시철도로 인해 대전 도심지역과 문화·경제적 교류와 정서적 동질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저 샴페인만 터뜨릴 때가 아니다. 광역철도가 도시철도 역할을 하기 위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저 전차만 지나간다고 도시철도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주민편의를 도모하면서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역 의견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보완하고 다듬어야 한다. 그저 껍데기만 있는 도시철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예산확보부터 설계, 시공까지 도시철도 기능 그 자체에 충실 할 수 있도록 알맹이를 잘 다듬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역사 신설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 정부 심의를 통과한 광역철도 예타안을 보면 해당 구간 내에 있는 기존 경부·호남선 역사 여섯 곳에 도마·문화·용두·중촌·덕암역 등 다섯 역을 신설하게 돼 있다. 이 안대로라면 신탄진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덕암·회덕역에서 정차한 뒤 약 9㎞를 주행하고 나서야 신설역인 중촌역에 당도하게 돼 있다. 대덕구민의 절반가량이 사는 인구 밀집 지역과 교통 통행량이 많은 지역을 모두 그냥 지나친 채 말이다.

예타안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고 철로에 바로 인근 한 법 1동에는 조차장이 있어 역사 신설에 큰 비용이 들지 않음에도 이곳에는 역사 신설계획이 아직 없다. 여기에 대전시의 도시철도 2호선 노선과 교차해 환승역 필요성이 대두되고, 대전~세종 간 BRT가 지나는 곳이자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입지해 대덕구에서 교통이 가장 활발한 오정동에는 역사 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았다. 광역철도가 이렇듯 시민의 실질적 이용구간과 접근성을 배제한 채 진행된다면 과연 도시철도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시는 정부의 예타 통과를 위해 모든 신설 예정역을 포함시키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리고 예타 신청 당시 도시철도 2호선 환승역으로 오정역을 신설하겠다는 약속도 한 바 있다. 하지만 설계 이전인 기본계획에 이런 내용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광역철도의 효용성에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더불어 회덕역에서 신탄진역 구간이 2복선이 아닌 단선 추가에 그쳤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종시와의 연계성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국방신뢰성센터 등 주요 시설·기관이 인접해 들어서는 회덕·신탄진 지역은 앞으로 교통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여건만 따져 단선 추가에 그친다면 미래에는 큰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전 구간 2복선화를 실현하는 것도 도시철도로서의 생명력을 지키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또 광역철도 추진에 반드시 신탄진 인입선 이설문제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환기하고 싶다. 기존 철로를 이용한 광역철도 건설 추진과 함께 이 문제를 타개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해결은 더욱 요원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권선택 대전시장이 교통 소외지역에 우선 설치를 약속한 `스마트 트램`의 건설도 결코 늦춰져서는 안 될 문제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어렵사리 예타를 통과한 광역철도에 찬물을 끼얹자는 뜻이 결코 아니다. 또 지역 이기주의적 발상도 절대 아니다. 도시철도는 도시의 혈맥이다. 앞으로 100년 이상 대전의 운명을 어찌 좌우할지 중요한 기로를 앞에 두고 있는 만큼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하자는 뜻이다. 철저한 준비와 검증을 통해 광역철도가 도시철도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도록 이제 머리를 맞댈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광역철도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대덕구는 광역철도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광역철도의 성공이 곧 살기 좋은 대전과 대덕구를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누구나 만족하는 새로운 도시철도 광역철도가 시민들과 함께 힘차게 달리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박수범 대전 대덕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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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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