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업무를 맡게 된지 10년째이다. 처음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 생기기도 전이니 정말 까마득한 옛날 일인 것 같다. 대전시에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이 생기면서 맡은 이 일은 처음 맡았을 당시 대구로 선진학교 견학을 갔던 일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그때 대구 어느 학교는 정말 여느 까페처럼 꾸며놓아서 매우 부러워했었다. 그 이후 3번째 학교인데 가는 학교마다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을 하게 된 것이 묘한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 중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몇 있다. 독서축제때 같이 호러까페를 만들었던 아이들. 책장을 움직이고 창문을 신문지로 막고 군데군데 거미줄처럼 글루건을 쏘아 늘어뜨리고 어디서 한복 속옷을 빌려와 입고 얼굴에는 페이스페인팅으로 으시시하게 꾸며 입장하는 학생들에게 공포와 재미를 선물했던 아이들. 유난히 긍정적이고 밝아 그 에너지가 나에게까지 힘을 주었던 아이들도 있었다. 도서도우미로 남학생들은 그다지 잘 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된 건지 그 학년은 남학생밖에 없었던 해도 있었다. 그 중에서 도우미 대표로 뽑힌 남학생은 평소에 별 주장도 없고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독서골든벨을 운영하고 여러 행사에서 주체적으로 뛰게 되면서 놀라운 리더십을 발휘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년 후 그 학생에게 나는 방송국PD를 목표로 해 보라고 권할 정도였다.

올해도 멋진 아이를 만났다. 3월에 도서도우미를 모집할 때 못 들어오고 중간에 합류하게 된 신입생이다. 역시나 긍정적이고 선생님들과 잘 지내고 친구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아이였다. 무슨 일이든지 즐겁게 열심히 잘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어른인 나에게도 감동적이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펼쳐진 멍석이 된다는 게 참 좋다. 중학교 생활을 하면서 동아리 활동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 일단 동아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들이 동아리 활동의 중요성을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봉사시간 받으려고 온 사람은 안 됩니다, 라고 안내까지 할까.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얻는 것은 무얼까. 일단 재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힘, 리더십, 그리고 성공의 경험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도 도서관에서 크는 아이들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

백미정 대전관저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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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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