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도시 원도심속 원도심 ② 인적 끊긴 목척시장

목척시장 인근 ‘벌집촌’ 은 건물 사이마다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의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었다.  전희진 기자
목척시장 인근 ‘벌집촌’ 은 건물 사이마다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의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었다. 전희진 기자
대전 목척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한 때 대전 도심 한복판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지은 지 수십 년은 된 듯한 건물은 거의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고, 골목마다 인적이 끊긴 지 한참된 모습이었다.

도시환경정비사업지구 지정 이후 10여 년이 흐른 목척시장은 그야말로 원도심 속의 원도심이었다.

목척시장 뒷편에 위치한 `벌집촌`은 아예 시간이 멈춰버린 듯 했다. 오랜 시간동안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듯 시멘트 벽은 언제 무너지지 모를 정도로 위태로웠다. 허물어진 담벼락 사이로 난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작은 건물이 나타났다. 방의 크기는 2㎡ 남짓. 자물쇠로 잠겨진 문 틈 사이로 안을 들여다 보니 쓰레기만 가득했다. 터줏대감처럼 빈 방을 지키고 있던 고양이 한 마리는 사람의 낯선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

목척시장 골목에는 유난히 2층 건물이 많다. 일본의 마치야(町家) 형 가옥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대부분 1950-1960년대 지어졌다. 오랜 시간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다 보니 슬레이트 지붕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은행 1구역에서만 50년 가까이 살았다는 주모(72)씨에게 목척시장 얘기를 꺼내자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10여 년 전 도시환경정비의 일환으로 은행 1구역을 재개발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이후 거의 폐허나 다름없어. 어떻게 할 방법도 없고 답답할 뿐이지."

그는 투기목적으로 오래 전에 집을 사들인 외지인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근처에서 작은 이발소를 운영하는 정모(79)씨도 "옛날에는 참 좋았지. 이동네 사람도 참 많았어. 방이 없어서 세를 못 놓는 동네였어. 동네에 정이 참 많이 들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곧 개발 된다는 소리에 동네 사람들이 다 이사를 가는 바람에 외지인들이 집을 샀고, 외지인들은 개발이 되지 않자 집을 방치상태로 놔두고, 그러다 보니 세를 들어오는 사람도 없어 이렇게 폐허처럼 변해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 1구역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목척시장은 이제 사람 구경하기 힘들 정도다. 5-6곳의 상가만이 문을 열어 목척시장이라는 명맥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목척시장에서 작은 식료품 가게를 30여 년 간 운영한 진모(59·여)씨는 "10년 전에 비해 월세는 거의 반값으로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보니 생활은 더욱 빠듯해졌다"면서 "먹고는 살아야하니까 가게 문을 열고 있지만 언제 개발될 지 모를 상황만 생각하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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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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