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전까지 방심은 금물…선수들 믿는다”

지난 10월 시작된 프로배구 V리그가 3라운드 일정을 마치고 시즌 반환점을 돌았다.

시즌 절반이 지났지만 어느 해보다 치열한 순위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남자부의 경우 전반적으로 올해 유독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프로배구를 이끌었던 명장들이 대거 무대에서 퇴장한 대신 삼성화재 임도헌<사진> 감독,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등 40대 젊은 감독들이 전면에 나섰다. 특히 `전통의 명가` 삼성화재를 세운 신치용 전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임도헌 감독은 가장 많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으며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

출발은 썩 매끄럽지 못했다. `핵심 전력`인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시작한 삼성화재는 개막 이후 3연패의 부진에 빠지며 리그 최하위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뒤늦게 합류한 `특급 용병` 괴르기 그로저의 활약이 이어지며 삼성화재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12승 6패 승점 33점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임도헌 감독은 "시즌에 들어가기 전 스스로 목표했던 최소한의 성적은 지킬 수 있었다. 라운드 별로 4승 2패만 하면 플레이오프 진출은 가능하다고 계산했는데 의도한 것처럼 딱 맞아떨어졌다"며 "그로저가 팀에 잘 적응하고, 국내 선수들도 빈틈을 잘 메워주며 잘 버텼다"고 삼성화재의 전반기를 평가했다.

감독으로 맞은 첫 번째 시즌, 임도헌 감독은 누구보다 혹독한 신고식을 치러야 했다.

임 감독은 "2라운드 첫 경기에서 현대 캐피탈에 시즌 5패째를 내줄 때까지만 해도 정말 힘들었다. 오랜 기간 코치생활을 하며 많은 것을 경험했다고 생각했지만 감독이란 위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어떤 시즌이든 고비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차라리 일찍 난관이 찾아와 다행이라는 생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그로저의 활약이 선수단 모두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앞으로 시즌을 치르다 보면 몇 번의 고비가 더 오겠지만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며 "3라운드 후반들어 선수들이 조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것 역시 선수들이 후반기를 더 강한 의지로 준비할 수 있는 약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선수들 모두 나름대로 전반기 내내 잘해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반기 팀을 이끈 스스로에게는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임 감독은 "전반기 내내 스스로 만족한 경기는 없었다. 7-80점 정도 주면 될 것 같다. 이 때문에 선수들에게도 항상 지적만 해 미안하지만 시즌 막판까지는 항상 위기라는 마음가짐으로 가야한다"며 "전반기가 지나면 어느 정도 리그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까지 결정 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잠깐의 방심이 봄 배구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후반기를 맞는 각오를 묻자 임 감독은 "그로저 없이 상위팀들과 대결이 몰려있다. 감독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정이지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문하고 싶다"며 "이미 우리는 시즌 초반 한 차례의 난관을 극복했고, 후반기에는 더 잘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짧은 휴식기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약점을 보완하고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오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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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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