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도시 원도심속 원도심 ① 대전 은행 1구역 현주소

대전 중구 은행 1구역의 도시환경정비사업이 10년 넘게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상업지구인 이 지역은 당초 원도심의 상권활성화 차원에서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추진되려 했으나 글로벌 금융 위기 등 경기침체로 시공사, 협력업체들이 외면하면서 점차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도시환경정비사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건물 신축이 불가한 데다 폐·공가도 많아 거주민들도 하나둘 이 곳을 떠나고 있다. 은행 1구역의 멈춰 버린 도시환경정비사업과 현재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을 5회에 걸쳐 조명한다.

대전 중구 은행 1구역의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사업시행인가 고시 후 10년 가까이 답보상태에 놓여 있어 주민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경기침체 등으로 사실상 관련 사업이 중단되면서 건물 신축이 불가한 데다, 사업 정체로 관련법규나 절차를 둘러싸고 주민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어 인근 지역 전체가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20일 대전시에 따르면 은행 1구역은 중구 은행동 1-1번지 일원으로 면적은 9만4155.5㎡에 이른다. 지난 2007년 도시환경정비구역 지정과 조합설립 인가 이후 이듬해인 2008년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돼 지상 60층 규모의 랜드마크빌딩을 건립하기로 계획됐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사실상 사업중단의 상태에 처하게 됐다. 지난 2004년 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승인된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과거 이 곳은 대전지역의 중심상권이었지만 중앙로를 사이에 두고 은행 1구역이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건물 신축 등이 불가해지면서 점차 낙후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노후된 건물들만 자리하고 있는 상태다. 은행 1구역의 폐·공가는 폐가 10동, 공가 40동 등 총 50동으로 중구 내 25개 정비구역 중 가장 많다.

이러한 사업 정체는 주민들의 한숨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은행 1구역의 세대수는 2011년 724명에서 매년 줄어 올해 644명으로 5년 사이 100여명의 주민들이 이 곳을 떠났다. 조합 또한 내부간 의견대립으로 현재 조합장은 공석인 상태이며 지난 2012년 정비계획변경(안)에 대한 주민설명회와 정기총회 개최를 마지막으로 3년째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은행 1구역에 32년째 거주 중인 한모(56)씨는 "과거 대전을 대표하는 상권이었지만 지금은 제대로 된 가로등도 없는 폐허 직전의 도심이 돼가고 있다"면서 "땅값도 절반수준으로 떨어졌고 건물 신축은 커녕 폐·공가도 많아 밤만 되면 동네 분위기가 을씨년스럽다"고 토로했다.

대전시와 중구는 이 지역 개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민간개발사업인데다 정비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은행 1구역이 각종 사업추진에서 배제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 1구역을 `계륵`의 땅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히 공존하고 있다. 시에서 대전역과 중앙로를 중심으로 다양한 원도심 활성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발전가능성을 점쳐봤을 때 중심지역으로 재 발돋움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박월훈 대전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은행 1구역은 우선적으로 현재 조합의 정상화가 이행돼야 주민총회 등을 거쳐 주민의견 수렴을 통해 향후 사업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은행 1구역은 시에서도 역세권 개발, 중앙로 차없는 거리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이로 인한 발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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