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길목 막혀 장사 공 치는날 허다”
10일 낮 12시를 조금 넘긴 시간 충남 홍성 남당항회타운에 만난 한 상인의 하소연이다. 인접한 보령 천북굴단지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12월은 홍성 새조개, 보령 굴이 제철을 맞아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시기지만 두 지역의 식당가는 썰렁했다.
먼저 찾은 남당항 회타운은 100 여 곳이 횟집이 자리잡고 있지만 주차장은 텅 비어있었다. 그나마 주차장을 채운 차들도 식당주인들의 것이라고 한다. 한 식당주인은 "가게문을 열어놓고 있어봤자 하루종일 손님 한 팀을 못 받는 집이 대부분"이라며 한숨만 내쉬었다.
이날 만난 식당 자영업자들은 "서해대교 화재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혹여나 25일로 예정된 서해대교 수리 완공일이 길어질까 노심초사했다.
남당항에서 수산유통업에 종사하는 정 모(54) 씨는 "서해대교 사고가 매출에 별 영향이 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홍성이나 보령, 태안 같은 지역은 수도권과 가까워서 당일치기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 관광객들이 다니는 도로가 막히니 오던 사람들이 안 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북 굴단지에서 굴밥집을 운영하는 한 식당 주인도 "식당을 둘러봐라. 손님이 없다"며 "경기도나 인천에서 오래 걸려도 1시간 반이면 오니까 점심 먹으러 오는 손님들도 많았는데 사고가 난 후에는 경기도, 인천쪽 손님들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서해대교 사고 여파는 지난 2007년 태안에서 발생한 유류피해 참사 때보다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홍성 서부면에서 식당을 하는 박 모(43)씨는 "식당들 영업상황을 보면 유류사고 때보다 손해가 심각하다. 유류피해 때는 그래도 동정여론이 있어서 국가적으로 직접 홍보해주고 일부러 이 지역에서 돈을 쓰게끔 하는 여론이 있었는데 이번엔 타격이 클 것 같다"고 걱정했다.
서해대교 사고에 따른 타격은 홍성과 보령 뿐만 아니라 바다를 끼고 있는 충남 7개 시·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7개 시·군은 특히 당진, 서산 등 일부 산업화된 지역을 제외하면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기 때문에 서해대교 사고로 인한 심각한 매출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자 지역주민들은 당진 신평과 매립지 내항을 연결하는 연륙교를 건설해 수도권의 충남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당항의 한 식당 주인은 "서해대교 하나만 가지고는 서해안지역의 관광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데 이번 서해대교 사고가 좋은 사례"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연륙교 건설을 서둘러야만 서해안 지역의 관광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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