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훈훈하던 나눔캠페인 최근엔 방송서도 보기 힘들어 사랑 전할 여유조차 없는 현실 나보다 주변을 살피는 마음을

최근에는 연말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술로 지새는 사람보다는 이야기로 지새는 사람이 더 많아졌고,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 연말을 보내는 사람보다 가족단위로 연말을 보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졌다. 그만큼 연말을 보내는 의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연말 풍경에 달라진 것으로, 또 하나. 이웃 간 나눔의 풍경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아니 이것은 어쩌면 필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었던 연말 풍경은 사라졌다. `연말연시를 만나 불우한 이웃을 도웁시다` 같은 캠페인 말이다. 캠페인은 여전히 진행되는데, 방송화면이나 언론의 지면에서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사라진 것인지 궁금한 풍경이기도 하다. 아마도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져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가난이, 힘들고 서러운 것들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우리가 못 본 체 하고 지나쳐 버리는 사회적 약자가 너무도 많은 까닭이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즈음, 마지막 여행길에 오를 때의 이야기이다. 당시 강대국이었던 마가다국의 왕이 재상을 보내서 이웃나라인 밧지국을 정벌해도 좋은지에 대해 부처님께 물었다. 이때 부처님이 그 재상에게 만약 밧지국 사람들이 일곱 가지의 불퇴법을 잘 지키고 있다면 정복 전쟁은 오히려 손해만 보고 끝날 것이고, 일곱 가지 불퇴법을 잘 지키지 못하고 있다면 전쟁에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일곱 가지 불퇴법을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일곱 가지 불퇴법이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자주 서로 모여 정의(正義)를 강론(講論)하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고 법(法)은 부술 수 없게 되는 것이요, 두 번째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화합하여 서로 공경하고 순종해 어기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고 법은 부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법을 받들고 금기할 바를 알며 그 제도(制度)를 어기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고 법은 부술 수 없게 되는 것이요, 네 번째는 대중을 보호할 능력이 있고 많은 지식을 가진 비구가 있을 경우, 마땅히 그를 공경하고 받든다면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고 법은 부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바른 생각을 잘 지켜 간직하고 효도와 공경을 으뜸으로 삼는다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고 법은 부술 수 없게 되는 것이요, 여섯 번째는 음욕을 여의고 깨끗한 행(行)만 닦으며 욕망을 따르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들은 서로 화목하고 법은 부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일곱 번째는 남을 앞세우고 자신은 뒤로 돌리며 명예와 이익을 탐하지 않으면 곧 어른과 어린이는 서로 화목하고 법은 부술 수 없게 될 것이다."

내용은 명료하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해야 할 바를 제대로 행하고,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면, 그 공동체는 바깥의 어떤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른이 아이를 보살피고, 아이가 그런 어른을 공경한다. 부유한 자가 궁핍한 이를 보살피고, 궁핍한 이가 그런 부유한 자에 감사한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보호하고, 약한 자는 그런 강한 자에게 감사하고 강한 자는 이익을 탐하지 않는다. 지혜로운 이는 어리석은 이를 보살피되 명예를 탐하지 않는다. 어른과 아이는 달리 말하면, 사회적 강자와 사회적 약자이다. 사회적 강자가 약자와 나누는 것을 당연시하고, 그러면서도 거기에서 명예와 이익을 탐하지 않는 사회라면 어찌 화목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그런 공동체가 어떻게 외부의 위협에 무너질 수 있을까? 국가와 사회라는 큰 공동체에서도, 가족이라는 작은 공동체에서도 이것은 변함없이 통하는 삶의 본질이고, 함께 행복해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꼭 연말연시가 아니어도 나에게 조금이라도 남는 여유가 있다면, 그것이 물질이든 마음이든 나누고 볼 일이다. 그것이 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서 개인의 의무이자 권리일 것이다.

석길암 금강대 인문한국연구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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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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