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왜 써야 돼요?"

올해 처음으로 만든 학생 책쓰기 동아리에서 한 학생이 던진 질문이다. 책은 그저 `읽는 것`으로만 생각하던 아이들이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의문이고, 함께 책을 만들면서 서로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포부로 동아리를 만든 나조차도 `우리 아이들이 과연 책으로 만들 수 있을 만큼의 멋진 글을 쓸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2, 3학년 학생들 16명으로 구성된 책쓰기 동아리 `마음이 자라는 자작(自作)나무반`은 이렇게 확신도 없이 불안함 속에서 시작되었다.

책을 좋아하지만 소극적이고 조용한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처음에는 서로 낯설어하기만 할 뿐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좀처럼 꺼내려 하지 않았다. 책을 쓰는 일보다 먼저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선후배간 북멘토와 멘티를 짝지어 주고 모둠별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이야기꽃피우기`와 협동심이 필요한 `책놀이` 활동을 많이 가졌다. 다행히 몇 주 만에 어색했던 공기가 사라지고 시끌시끌한 소리만 도서관에 가득해졌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신의 꿈을 담은 소설, 숨겨왔던 아픈 과거를 고백하는 에세이, 친구들과 공감하고 싶은 여행지나 음악 등 아이들의 꾸밈없고 솔직한 이야기들은 어느 새 큰 울림이 되어 나를 울고 웃게 만들었다.

"이게 정말 제가 만든 거예요?",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완성된 책을 받은 아이들은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했고, 뿌듯해하였으며, 동시에 `좀 더 잘 쓸 수 있었는데…`라며 후회하기도 하였다. 온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책이라 그런지 더욱 애정과 아쉬움이 생기나보다. 한층 밝아진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도 할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읽을 수 있었고 교사인 나도 아이들과 함께 한 뼘 더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의 불확실한 마음이 확신으로 바뀌게 되는 순간이었다.

책쓰기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내면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글을 쓸 수 있으며, 감동과 웃음을 줄 수 있다. 이 아이들처럼 우리 모두가 울림을 가진 나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 아이들의 글이 우리의 책제목 `울림이 있는 숲`처럼 희망의 울림이 되어 다른 숲으로 계속 퍼져 나가길 바란다.

임장미 대전 가양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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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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