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성경험·출산 했다는 이유로 10대 청소년 부모 비난하기보단 가정생활·자녀양육 돕는 사회되길

청소년기에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사랑받는 느낌이 부족할 때 즉 `돌봄`이라는 가족 기능을 상실한 가정의 청소년들은 이성교제를 통해 심리적 위로와 지지를 받으면서 대체부모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성과 관련된 어려움에 부딪치게 된다.

최근에 필자가 근무하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로 아기를 낳은 10대 청소년이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싶다고 찾아왔다. 중학교 2학년 때 잠시 학교 부적응으로 상담을 받은 인연이 있는 청소년이다. 그 후 학교 밖 청소년이 되어서 다사다난한 생활을 해오다가, 결국은 아기 엄마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제 출산 3주차라서 산후몸조리를 하는 기간이지만 아기가 잘 때 공부를 하려고 찾아왔다면서, 아기를 낳고 나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기를 남부럽지 않게 잘 키우려면 고등학교졸업검정고시에 합격해서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하고 싶다고 했다. 누가 뭐래든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간절함이 느껴져서 대견스러웠다.

다행스럽게 아기 아빠 엄마가 된 10대의 두 청소년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혼인신고와 아기의 출생신고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았던 간에, 지금은 한 아기의 부모이기에 뭔가 잘 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실수투성이이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버는 돈으로는 세 식구가 살기에는 버겁기만 하다. 이런 경제적인 어려움 외에도 10대 청소년 부모가 겪는 괴로움은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는 10대 출산을 바라보는 따가운 사회적 편견, 즉 비행청소년으로 보는 주변의 시선이다.

청소년비행이란 도덕적, 윤리적, 사회적 및 법률적 측면에서 청소년기에 일어나는 옳지 못한 행동들이다. 비행이란 광의로는 범죄도 포함될 수 있고, 협의로는 미성년자들이 저지르는 옳지 못한 행동 중 비교적 가벼운 잘못된 행동을 뜻한다. 특히 청소년들이 행하는 음주, 흡연, 이성 관계, 가출, 무단결석 등과 같이 특정연령 이하의 청소년이라는 지위 때문에 이를 위반했을 때 생기는 지위비행에서부터 절도, 강도, 강간 등과 같은 범죄행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문제행동들을 지칭한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 10대 청소년의 임신이나 출산은 대표적인 `일탈 행위`로 여겨지기 때문에 10대 부모는 지위비행을 저지른 청소년인 셈이다.

가정방문을 해보니 작은 원룸에 사랑스러운 아기가 누워서 자고 있고, 살림살이 가 많지 않아서 단출한 신혼집에 방문한 느낌이었다. 정상적으로 결혼을 한 성인이 아기를 낳고 산모가 되어도 여성들은 다양한 질병과 심리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데, 이제 열여덟인 산모는 몸조리가 뭔지도 잘 모른다. 그냥 출산이라는 대단한 일을 해냈지만 친정엄마에게 격려와 지지를 받지 못해서 아주 많이 슬프다.

평소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많은 지역의 모 한의원 원장님께 사정이야기를 했더니 선뜻 산모용 보약을 달여 주셨다. "나 이렇게 좋은 보약 누구에겐가 선물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꼭 전해주세요. 보약 잘 먹고 좋은 엄마가 되라고…." 보약을 들고 단숨에 달려갔더니, 아기 엄마는 엄마노릇을 잘 하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친구들을 만나서 놀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아기 아빠가 친구를 만나러 나갈 때 속상하고, 하루 종일 방 안에서 아기와 둘이 있는 일 또한 답답하다고 하소연을 한다.

최근에 연구논문 `10대의 로맨스, 임신에 대한 그녀들의 선택`을 발표한 인구보건협회 서 정애 과장은 "가족 내 친밀감·결속감이 부족한 10대 여성일수록 로맨스를 삶의 일부로 여기는 경향이 높다"고 말하면서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혼란과 어려움에 대해 경계하고 구분지어 배제하기보다는 돌봄과 책임을 다하는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제 우리 사회도 자녀양육을 결정한 10대 청소년 부모들을 이른 성경험이나 자녀 출산을 했다는 이유로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의 건강한 가정생활과 자녀 양육을 돕는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류권옥 세종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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