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의 소재를 바탕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간혹 극적 재미를 위해 역사적 사실에 약간의 허구를 가미해서 제작된다. 최근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TV 프로그램에서 `극적 재미를 위해 역사를 왜곡할 수 있는가`에 대한 찬반토론이 있었다. 찬성측 주장은 드라마나 영화는 창작물이므로 작가의 상상에 의한 어느 정도의 허구가 용납된다고 한 반면, 반대측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잘 모르는 시청자는 드라마속의 허구를 사실로 믿어 버리게 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산업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나타난다. TV 드라마, 영화, 소설 등에서 재미를 배가하기 위해 특정 산업의 특성을 왜곡 혹은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 산업의 모습과 맞든 다르든 대중들은 드라마, 영화, 소설 등에 그려진 모습 그대로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대중매체에 투영된 특정 산업에 대한 왜곡된 모습으로 인해 해당 산업에 대한 대중들의 그릇된 이미지가 형성되고 고착될 우려가 있다.

건설산업 혹은 건설산업 관련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어? 이건 아닌데……" 하며 아쉬울 때가 많다. 영웅시대처럼 실존인물을 소재로 다소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진 드라마도 있지만, 건설산업을 소재로 한, 혹은 건설관련 관계자가 등장하는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건설업체 경영진은 정치세력과 야합하고, 로비로 일을 만들고, 비리를 일삼는 인물로 그려지고, 건설기술자들은 욕 잘하고, 지저분하고 술 잘 먹는 인물로 그려진다.

국내 건설산업은 전쟁의 폐허와 가난의 고통 속에서 국가 재건에 앞장 서 왔고, 지난 50여 년간 국민편익을 제공하는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 해외건설을 통한 외화획득, 주택 200만 호 건설 등 산업기반시설과 국민생활 기반시설을 구축하여 국가경제 성장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세계 2번째로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바탕에는 건설이 있었다. 물론 담합, 정경유착 등의 비리나 안전사고, 부실공사 등 건설산업의 부정적 요인도 있었다. 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경제에 대한 건설산업의 기여에도 불구하고, 언론보도상의 건설관련 기사는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 보도가 압도적으로 많다. 정보의 불균형 현상이 유독 건설산업에 더 집중되고 있다. 건설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흐려지고, 주로 부정적 이미지만 대중들에게 투영되고 있다.

현재 국내 여러 건설관련 기관들은 국내 건설산업의 특성을 살려 부정적 이미지 극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산업의 이미지는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이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지란 한 개인이 특정 대상에 대해 가지는 신념, 아이디어, 인상의 총체로 정의된다. 이미지는 개인의 의사결정 과정 중 신념, 태도, 의도를 형성하는 평가기준에 작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건설산업에 대한 왜곡된 부정적인 이미지는 해당 산업 종사자의 사기와 자긍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젊고 유능한 청년층이 건설산업으로의 진입을 기피하게 되고, 특히 미래 건설산업의 주축이 되어야 할 청소년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어 건설산업의 우수 인력유입에 있어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독일의 경우 역사적 소재를 다룬 드라마에서 극의 재미를 위해 일부 역사적 사실을 왜곡 혹은 다르게 반영할 경우, 잘못된 사실전달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다큐멘터리를 드라마 방영 기간 중 혹은 후에 방영함으로써 왜곡된 전달을 방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나 영화가 반드시 사실만을 다룰 필요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특정 산업에 대한 왜곡 혹은 부정적인 면을 확대 반영한 경우에는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경쟁력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장철기 한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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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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