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 산증인 한문교육 개척 정치적 암흑시기 굳건한 기둥 전통문화 재창조 작업 TK 독식 비중 적은 충청인 역할 아쉬워

국회의원의 도덕적 해이는 그런 의원을 뽑은 선거 주민들을 부끄럽게 한다. 법학전문대학원 압력 파동이 공개된 중진의원의 권력 남용과 의원실에서 시집을 강매한 상임위원장의 탈선은 시정 잡배나 조폭 수준으로 출신지역의 명예도 더럽혔다. 사법 판결로 의원직을 잃은 19대 국회 의원이 18대 보다 6명 더 많은 22명이고, 2심에서 퇴출 선고를 받은 2명의 유력 의원이 대법원 판결을 대기하고 있다. 국회의원 부패와 함께 공천권을 둘러싼 싸움 및 다수결이 통하지 않는 19대 국회의 비정상에 국민은 분노한다. 정치학자들은 19대 국회가 헌정 사상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것이라고 혹평한다. 정치 파워엘리트의 신뢰가 땅에 떨어져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지만 50년을 묵묵히 맡은 일을 성실하게 추진한 지식사회와 지식인들이 버티고 있어 타기할 정치와 반국가 세력의 선전선동에도 우리사회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 같다. 중진 국회의원들의 일탈행위로 시끄럽던 지난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베풀어진 `한국고전번역 50년 기념식`에서 정태현 고전번역원 명예교수와 이계황 전통문화연구회 회장에게 공로패가 수여 됐다.

제1차 경제개발계획 (1962-66)이 본궤도에 진입한 1965년 11월에 출범한 민족문화추진회의 고전국역 사업 50년을 기리는 기념식과 공로패 전달식은 비록 조촐했지만 한국 현대사의 기념비적인 문화 업적을 평가한 것으로 기억 될 것이다. 국고보조금 1000만원으로 시작한 고전국역사업은 이계황 전통문화연구회 회장의 50년 외길 인생 헌신과 한학자들의 노고로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동문선, 연려실기술,퇴계집, 율곡집, 목민심서, 동사강목, 대동야승 등 2000여 책을 한글로 옮겨, 국학 발전과 한국전통문화의 콘텐츠 확충에 기여했다. 1965년 11월 서울대의대강당 창립총회에서 "학문과 예술로 민족의 얼을 부흥시켜서 국가의 이상을 실현케 하고 민족문화 앙양에 뜻을 같이한 우리는 민족문화추진(민추)을 위해 이 모임을 갖기로 한다"는 결성 취지문을 발표한 박종화 손재형 이병도 이은상 조연현 홍이섭 김운경 이병도 김상기 등 당대 학계 예술계를 대표했던 50인 발기인은 모두 고인이 됐지만, 민추는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의 밑거름이 되었다. 민추 발기인들은 박정희대통령을 방문, 학술원 예술원 국립도서관 국사편찬위원회 세종대왕기념관 신축과 문화단체와 학회의 사업비 연구비 지원과 문화행정 일원화 등을 건의했다. 이 건의중 실천 가능한 고전국역사업을 먼저 착수, 1966년 연려실기술을 국역 간행하고 고려사절요 열하일기 사변록 등을 이어서 출간했다. 1974년에는 국역연수원을 설립, 단절위기의 한학자도 양성했다. 50주년 기념 공로패를 받은 정교수는 국역 연수원 1기 졸업생이다. 민추는 2007년 교육부 산하 한국고전번역원으로 재출범, 승정원일기 일성록 등 역사기록 번역과 문집 번역도 서둘러 한국고전의 재해석과 현대화 작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민추 출범50주년에 공로패를 받은 이계황(77) 전통문화연구회장은 충남 예산 태생의 공주고등학교 출신으로 고전국역에 외길 인생을 바친 고전 국역50년사의 산증인이며 한문교육의 보급과 기초를 다진 개척자다.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민추에 들어온 이회장은 편집부장·사무국장·이사를 거치며 20여년 민추에서 고전 국역의 초석을 놓았으며 1988년에 한국전통문화연구회를 설립했다. 사서삼경 소학 고문진보 통감절요 장자 설원 등 동양 고전 110여권을 국역했고, 대학생 대상으로 시작했던 서당 교육을 중년과 여성 대상으로 확대해 3만여명을 교육했다. 고전의 정보화를 위해 `동양고전종합DB` `동양고전어휘DB` 등도 개발 중이다. 성백효 이택휘 이한동 신승운씨 등 충청도와 연관있는 사람들과 함께 고전국역 사업을 추진중인 이계황회장은 고전국역 등 전통문화 재창조 작업까지 TK가 독식하고 있다고 씁쓸해한다.

언론인 전언론법학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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