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체제에서 소비(消費)는 개인에게나 국가에게나 가장 중요한 경제행위다. 소비는 경제행위의 마지막 점이며 풍요로운 소비는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소비는 거시적으로 볼 때 국민소득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소비가 증가하면 일차적으로는 개인의 즐거움이 증가하는 동시에 생산과 투자가 증가하여 국가 전체가 풍요로워진다.

국민들이 자린고비처럼 너무 소비를 하지 않는다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 반대로 흥청망청 소비를 한다면 저축과 투자가 감소하여 국가의 미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건전한 소비는 자신의 재산과 소득 범위 내에서 미래를 위한 저축을 충실하면서 행하는 절제있는 지출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요건을 다 충족시키는 사람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스스로의 탐욕으로 인해 혹은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분수이상으로 소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빚을 내고 있으며, 저축을 적게 하고, 무절제한 지출을 하고 있다.

건전한 소비를 위해 건전한 소비문화의 교육과 제고가 가장 필요하다. 필자는 더 근본적으로 소득획득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싶다. 피와 땀, 혼이 담긴 돈을 버는 경제기반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적정한 소비란 경제를 불황으로도 과열로도 끌고 가지 않을 정도의 소비를 말한다. 맨더빌(1670-1733)은 `꿀벌의 우화`를 통해 과소비에 의한 경기 침체의 가능성을 잘 비유하고 있다. 일벌보다 놀고 먹는 여왕벌이 후세 생산을 통해 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처럼 착실하게 근검절약하는 모범생 소비자보다는 플레이보이가 역설적으로 경제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청교도적인 근검절약이 거시 경제적으로 보아 총 수요 감소를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건전한 소비도 적정한 소비도 모두 권장되어야 한다. 전자가 개인 차원(미시)의 선택이지만 후자는 전체 차원(거시)의 것이다. 개인 소비자의 건전한 소비의 합이 적정한 소비 수준보다 적게 나타날 때가 많다는 데 고민이 발생한다. 이에 `근검절약이 미덕이고, 소비도 미덕이다`라는 모순된 말이 존재하게 된다. 이런 모순에 대한 명쾌한 해결방안은 없다. 경제 여건에 따라 강조되는 바가 다를 뿐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경제에 기여하는 범위 내에서 소비하라` 라는 원칙은 언제나 지켜져야 할 것이다. 임상일 대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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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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