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수제과옛날호두과자

벤처기업 능수제과옛날호두과자  민재홍 대표.  윤평호 기자
벤처기업 능수제과옛날호두과자 민재홍 대표. 윤평호 기자
동네 빵집의 위기라고 하지만 한쪽에서는 빵과 과자의 전성시대이다. 유명한 빵집이나 과자점에는 고객들의 긴 줄이 장사진을 이룬다. 전국의 빵집이나 과자점을 순례하는 여행 상품도 인기다. 각 고장마다 특성과 역사가 함축된 대표 빵이나 과자가 있기 마련이다. 천안을 대표하는 빵이나 과자는 무엇일까? 단연 `호두과자`이다. 천안이 대표 간식거리인 호두과자의 인기는 천안의 대표 항일운동가 유관순 열사에 버금 간다. 천안 하면 호두과자를 떠 올리는 이들이 많아 일부 타지 사람들은 천안시민이면 누구나 호두과자를 상시 먹는 것으로 오해한다. 천안의 여러 호두과자 제조 기업 가운데서도 호두과자 명품화로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벤처기업이 있다. 능수제과옛날호두과자(대표 민재홍)이다.

◇천안호두 없는 호두과자의 역설=천안시가 구축한 천안디지털문화대전에 따르면 천안 호두과자는 고소하고 은은한 호두의 향과 맛이 두드러지는 식품이다. 과거 철도 이용객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애용하면서 국민 간식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고속 도로와 국도 등 천안과 연결되는 곳곳의 통로 주변에서 천안의 대표하는 특산물로 천안의 맛을 알리고 있다.

천안디지털문화대전은 천안 호두과자가 할머니 호두과자로도 불리는 `원조 학화 호도과자 본점`에서 출발했다고 소개했다. 일제시대인 1934년 당시 주위 사람들한테서 제과 기술이 우수하다는 평을 듣던 조귀금과 그의 처 심복순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두 사람은 여러 종류의 재료 중 천안의 유서 깊은 특산물인 호두가 영양분이 풍부하고 맛이 좋으며 열매의 형상도 독특하다는 점을 고려해 과자를 만들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후 천안에는 많은 호두과자점이 출현했다. 충남의 삼성전자 제품 대리점을 총괄하던 민재홍(65) 대표는 1999년 능수제과옛날호두과자(천안역 동부광장점 본점)를 창업했다. 민 대표는 창업 전부터 빵이나 과자 등 먹거리에 관심이 많다가 창업까지 이어졌다.

창업 초기 남들처럼 호두과자를 만들어 판매하던 민 대표는 어느 날 한 고객의 편지를 받았다. 외지에서 들렸다가 천안의 명물이라 호두과자를 사갔다는 고객은 집에서 뜯어보니 호두나 앙금, 반죽에 사용된 밀가루 등 모든 재료가 수입산이었다며 "이것이 무슨 천안 호두과자인가"라고 항의했다. 당시만 해도 천안의 호두과자 점포들 가운데 원조 여부를 떠나 천안 호두와 국내산 팥, 국내산 밀을 사용해 호두과자를 제조·판매하는 곳은 단 한 개소도 없었다.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면 재료비 상승으로 판매가가 올라 어느 호두과자 점포도 국내산 재료 사용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민 대표는 본인 만이라도 정석대로 명품화·고급화된 호두과자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직접 발로 뛰며 국내산 재료 확보에 나섰다. 국내산 재료의 맛과 풍미를 최대한 살린 최고 품질을 구현하기 위해 제품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결과는 노력을 배반하지 않아 천안 광덕의 고품질 호두와 우리 팥, 우리 밀을 전통 재래식 손 반죽을 통해 빚어낸 프리미엄 명품 호두과자 `흥타령 호두과자`가 탄생했다.

◇2년의 연구로 튀김소보로 호두과자 출시=능수제과옛날호두과자가 100% 우리 농산물로 출시한 `흥타령 호두과자`에 사용하는 호두는 호두의 시배지이자 전국 최대 호두 주산지였던 천안시 광덕면에서 재배한 호두를 전량 사용한다. 광덕은 토양과 기후가 호두 재배의 최적지로 알려져 호두의 품질 자체도 껍데기가 얇고 알이 꽉차 전국 최고로 손꼽히고 있다. 밀은 천안밀영농조합법인에서 생산한 우리밀 만을 사용한다. 팥도 국내산이다. 천안 호두와 천안 밀, 팥까지 국산을 고수한 `흥타령 호두과자`로 능수제과옛날호두과자는 천안 호두과자의 원조에 실질적으로 부합하고 지켜간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능수제과옛날호두과자의 신제품 개발 노력은 `흥타령 호두과자`에 안주하지 않았다. 2년 간의 연구기간을 거쳐 지난해 튀김소보로 호두과자를 내 놓았다. 호두과자에는 올리브유를, 튀김소보로 호두과자에는 카놀라유를 사용한 색다른 맛으로 고객들 입맛을 사로 잡았다. 능수제과옛날호두과자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튀김소보로 호두과자 제조기술에는 비법도 있다. 능수제과옛날호두과자는 튀김소보로 호두과자 제조기술로 발명특허도 취득했다. 새로운 점포를 개설할 때면 한 달 이상을 본점에서 기술을 익히도록 해 어느 매장을 방문하든 능수제과옛날호두과자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능수제과옛날호두과자는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에 위생까지 더했다. 초현대식 기계설비를 도입해 제품 생산은 물론 매장 판매에도 위생을 강화했다. 능수제과옛날호두과자의 모든 제품은 당일 생산, 당일 판매의 원칙을 지켜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늘 신선한 호두과자를 구입할 수 있다. 고객전용 휴게실은 일반 카페로도 손색이 없다. 호두과자 업계에서는 최초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았다. HACCP이란 식품의 원재료 생산에서부터 제조, 가공, 보존, 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의 각 단계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해요소를 규명하고 이를 체계적이며 효율적으로 관리해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과학적인 위생관리체계이다.

민재홍 대표의 호두과자 명품화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투자는 능수제과옛날호두과자를 천안은 물론 전국의 호두과자를 대표하는 반열에 올려 놓았다. 임직원 60여 명으로 고용창출에도 이바지했다. 이런 공로로 민 대표는 지난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민 대표는 "튀김소보로 호두과자의 인기를 이을 또 다른 신제품이 한창 개발중"이라며 "엄격한 품질관리와 정직한 원산지표지로 고객의 신뢰를 쌓아가는 향토 브랜드인 만큼 천안시도 지역 농산물 인증서 발급 등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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