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역사유적 세계 수준으로

하회마을 골목 전경. 최정 기자
하회마을 골목 전경. 최정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 경주 양동마을·안동 하회마을

② 중국 쑤저우 졸정원

③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유적

④ 국내외 문화유산 과제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되면서 탁월하고도 보편적 가치를 지닌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인정받게 됐다. 백제역사를 재조명하고 새로운 문화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동시에 다양한 과제도 제시되고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가치를 세계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4차례에 걸쳐 앞서 등재된 국·내외 세계문화유산을 살펴본다.

2010년 7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경주 양동마을과 안동 하회마을은 2013년 유네스코 본부가 선정한 최고의 모범유산(The best model case)에 들기도 했다. 두 마을이 유네스코 981개 유산(당시 기준) 중에서 26개의 모범유산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유산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본보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양동과 하회는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유산이지만 세계유산 등재 후 활성화 과정에서 주민과 방문객·관리기관간 갈등, 관람소재·편의시설 부족 등의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민·관협치(協治), 지자체 통합사업 중요=세계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서는 관계기관 사이, 행정당국과 주민사이의 소통이 중요하다. 양동과 하회는 문화재청을 상위 기관으로 경북도, 경주시, 안동시와 주민 중심의 마을운영협의회가 협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연계유적의 경우 지자체간 협력이 중요하다. 2009년 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양동과 하회에 대한 세계유산등재 실사를 진행한 후 `두 마을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할 것` 등을 보완사항으로 요구했다. 이후 문화재청, 경북도, 경주시, 안동시는 두 마을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2010년 4월 하회·양동마을 보존협의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두 마을의 거리가 상당하고 특성도 다른데다가 관할지자체가 다르다 보니 통합관리·운영에 한계가 생긴다. 경주와 양동이 번갈아 가며 치렀던 등재기념행사는 3회째부터는 각각의 지역에서 치르고 있다.

손상락 안동시 세계문화유산담당은 "연속유산일 경우 유네스코가 통합보존관리단에 대한 것을 굉장히 강조한다. 공주, 부여, 익산의 유적이 떨어져 있다. 그걸 어떻게 백제라는 큰 틀에서 통합·관리하고 관광계획 수립할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하회·양동의 통합보존관리단이 만들어져 있지만 현재는 역할이 조금 모호하다. 예산, 관리시스템이 하나로 아우러 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조금 적절한 선에서 통합보존관리할 수 있는 아이템, 즉 홍보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우선하면 된다. 전체적인 백제유적을 어떻게 보존관리할 것이냐의 준비는 통합보존관리단에서 하고 세부적인 보수·관리·유지는 각 지자체에서 맡아서 하는 시스템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민 고충과 관광객의 불만=양동과 하회의 일부 관광객들은 마을이 폐쇄적이라며 "이럴 거면 왜 입장료를 받냐"며 불만을 드러낸다. 관광객들은 마을의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찾았는데 보물 등을 제외한 상당수의 집이 문을 닫아두기 때문이다.

두 마을은 세계유산이라는 인류 공통의 보물이지만 마을을 이루는 각각의 집은 주민이 거주하는 사유재산이기도 하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관광객들은 사가(私家)에 들어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태익 경주시 역사마을관리팀장은 "신을 신은 채 마루에 오르거나, 문풍지를 뚫거나, 찾잔 같은 개인소품을 챙겨가기도 한다. 주민이 문을 걸어두고 외출한 사이 담을 넘어 집안에 들어오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수년동안 이런 문제에 시달린 주민들은 이제 문을 닫아두고 있다.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민의 고충을 이해하고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마을주민이 지역의 유산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유산의 적극적인 관리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회마을은 2012년부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세계문화유산 특강을 진행하고 있고, 양동마을도 주민들이 문화해설사로 활동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이지휴 양동마을 문화해설사 팀장은 "마을 주민이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동마을은 마을의 역사, 문화, 인물, 풍속, 예절, 철학을 아는 마을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교육시켜서 마을의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시설 확충보단 콘텐츠 개발 우선=전통마을 유적 특성상 마을 안에 상업시설이나 관광시설을 늘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양동과 하회에는 전체적인 마을의 성격을 헤치지 않도록 `한옥`이라는 외관적 특성을 그대로 살린 한옥민박, 음식점이 몇 곳 들어서 있다. 하지만 자칫 상업시설이 마을내에 우후죽순 생길 경우 전통마을로서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마을 안에 상업·관광시설은 늘리지 않는다는 것이 행정당국의 기본방침이다. 대신 하회마을은 마을 밖에 식당, 기념품점이 `저잣거리` 형태로 형성돼 있고, 안동마을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상점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내 관광·편의시설 확충 한계와 가옥 폐쇄로 인한 제한적 관람까지 더해지면 관광객의 볼거리, 즐길거리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경주시와 안동시, 각 마을 운영협의회는 다양한 체험·교육프로그램, 축제 등을 운영하며 문화콘텐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통혼례·제례 시연 및 활용, 동제·별신굿 시연 등 민속문화 프로그램 운영, 종가음식문화 프로그램, 서원체험, 다듬이·물동이·맷돌·절구 등 생활문화 재연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안동시는 지난해 세계유산활용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콘텐츠 내실화를 위해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탐방로 설정 △월별 이벤트 기획 △종가문화체험 운영 △하회별신굿탈놀이 상설공연 확대 △창의적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에 나섰다.

손상락 안동시 세계문화유산담당은 "하회마을에는 연 100만 명 안팎의 관광객이 온다. 100만 명 오던 곳에 50만 명이 오더라도 그 50만 명이 세계유산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가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관광객들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마을의 현재 상태를 제대로 보존하고 그 가치에 대해 소통,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정 기자

※이 기사는 충남도 지역미디어발전위원회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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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하회마을 입구에 늘어 선 장승들.  최정 기자
안동 하회마을 입구에 늘어 선 장승들. 최정 기자
2010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2013년 유네스코본부가 선정한 최고의 모범유산에 뽑히는 등 세계유산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경주 양동마을 전경.  최정 기자
2010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2013년 유네스코본부가 선정한 최고의 모범유산에 뽑히는 등 세계유산과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경주 양동마을 전경. 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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