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라는 딱지도 떼지 않은 나의 첫 발령지는 논산에 위치한 광석중학교다. 전교생 98명의 작은 학교에서 내가 담임을 맡은 학년은 중학교 2학년 33명(지금은 34명)의 학생들이었다. `열심히 공부하자!`라는 마음가짐 보다는 `놀자!`라는 마음이 컸던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볼 수 없는 활기차고 아름다운 광경을 쉬는 시간과 청소시간, 점심시간에 보여주었다. 때론 시키지 않아도 서로의 인생에 대한 토의를 끊임없이 하는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을 매일 만나면서 울고, 웃고를 반복하고 있다.

`울고`의 추억은 이렇다.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가르치기 때문에 시험 문제가 3개 학년, 총 72개의 문제를 만든다. 첫 중간고사 시험 때를 잊을 수 없다. 열심히 낸 문제에서 아이들의 평균 점수가 고작 60점대에 머물렀던 것이다. `내가 아이들을 잘 가르치지 못해서 그런 건가` 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던 중 희은이로부터 문자가 왔다. `선생님, 시험 문제 내신다고 수고 많으셨어요.` 순간 울컥했다.

`울고`의 추억 끝엔 이렇게 학생들 덕분에 `웃고`의 추억이 함께 찾아온 것 같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교장선생님의 아름다운 말씀을 듣다가 내가 `잘못`한 일이었음에도 속상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그만 유림이에게 퉁퉁 부은 눈을 들키고 말았다. 종례가 끝나고 유림이가 갑자기 고민이 있다며 저녁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그랬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천사 같은 아이들에게 큰 위로의 선물을 받는 난 전생에 나라를 구했음에 틀림없는 것 같다.

이런 아이들 때문이라도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것이 `좋은 교사란 무엇일까?`라는 것이다. 1학기에는 학교 업무에 치여서 수업이 후회가 될 때가 많이 있었다.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들을 망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죄책감도 들었다. 여름 방학을 기점으로 수업 연구를 조금씩 하고 있다. 2학기가 들어서 아이들에게 들었던 가장 좋았던 말은 `요즘에 국어 수업 재미있어요.`라는 말이었다. 소름이 쫙 끼쳤다. 내가 조금만 변화하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좋은 수업으로 때론 친구 같이 고민 걱정을 나누며, 아이들과 함께 울며, 웃고 성장해가고 싶다. 오늘도 천사들을 만나러 학교로 간다.

김하늬 논산 광석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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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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